한신대학교 학술원,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

알파고가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보다 뛰어 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파고가 신학교에 가면 어떻게 될까?

알파고에게 성경본문 해석의 모든 자료들을 입력시키고 각 본문과 관계된 역사 자료집과 설교문들을 모두 입력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본문에 대한 주석적 작업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여기다가 모든 설교 예화를 입력시키고 날마다 업데이트 되는 신문 기사들 저널 등을 연동시켜 본문의 주제와 연관있는 예화를 찾을 수 있게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더 발전하면 알파고가 설교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타인의 설교를 대충 짜깁기 해서 하는 표절 설교보다 오히려 내용이 더 좋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컨벤션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이라는 주제로 지난 7일에 열렸던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 교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수유리 한신대 캠퍼스로 발을 옮겼다. 연구소 소장 김재성 교수의 사회로 한신대에서 목회상담학을 가르치는 권명수 교수가 먼저 기계와의 친밀 관계 시대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상담학자인 권 교수에 의하면, 기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 사회하는 김재성 교수

“1966년 미 매사추세츠 공대의 컴퓨터 공학 교수 요제프 바이첸바움(Joseph Weizenbaum)은 컴퓨터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일라이저(Eliza)를 개발하였다. 터클은 그 이후부터 옆에서 이 컴퓨터 상담 프로그램의 운용을 옆에서 지켜보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지를 오랫동안 관찰해왔다.” 관찰 결과, 상담프로그램을 탑재한 일라이저(Eliza)라는 컴퓨터 상담프로그램의 분명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라이저와 대화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일라이저가 접속자에게 공감한다는 아주 작은 제스처를 표시해주기만 해도, 접속자들은 자신의 진실된 내용을 말하길 원했다는 것이다. 터클이 관찰해온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잘 있어요?” 또는 잘 있었니?”와 같은 대화를 몇 번 나누고는 곧 바로 접속자의 마음속에 있는 내용인 내 여자 친구가 떠났다거나 내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말들을 하였다. 이런 대화 내용들을 미루어 볼 때, 접속자들은 일라이저 프로그램과 인격적 대화를 나누었다고 할 수 있다.

쉐리 터클(Sherry Tuckle)의 장기 관찰을 통한 결론은 사람들이 감정이 없는 기계의 한계를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내면을 나누는 친밀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의 대체물(a substitute)로서 기계인 일라이저와 대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권 교수에 의하면, 터클과 같은 이 분야의 학자들이 처음에는 기계가 사람을 기만한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했지만, 기계의 기만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이 문제이다.

알파고가 신학교에 가서 모든 신학지식을 다 탑재하고 그럴듯한 설교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그것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권 교수의 보고를 적용해 보면, 사람들이 욕구의 대체물로 알파고의 설교를 선택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녹화된 비디오 설교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으니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 발표하는 권명수 교수

권 교수는 아무 감정도 없는 기계와 감정 교류를 하고 인격적 관계를 맺고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편의성만을 생각하는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19994월 일본 소니 회사가 만든 인간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로봇 에이보(AIBO)를 요양원의 노쇠한 부모님의 말동무로 사용하자는 현실적 제안 같은 일이다. 또 다른 예로서 컴퓨터 과학자인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가 제안한 인간의 연인이나 성적 상대로서의 인공지능 로봇이다. 권 교수에 의하면, 레비는 로봇 연인은 연인이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가 아니라, 또 웬만한 대상보다 좋은 상대가 아니라, 어떤 연인보다 좋은 상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권 교수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감정이 있는가?’와 같은 단순한 질문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근원적인 질문은 인간이 기계와 어떤 관계를 갖길 원하는가?”와 같은 것이다. 이런 질문을 갖고 인공지능을 대해야 한다고 권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로봇을 연인과 섹스 대상으로 고려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이것은 부모의 말동무로서 로봇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분명하게 선택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로봇을 연인으로 선택할 수 있는가? 성교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인격적 관계를 전제하지 않은 한쪽 편 만에의 의지가 일방적으로 반영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인격적 관계나, 사랑이나, 친밀감으로 볼 수 없지 않겠는가? 짐승과 수간을 금하는 성경 구절도 있다(20:15-16).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권 교수는 로봇과의 섹스를 인격적 관계가 없는 짐승과의 수간에 비유했다. 인공지능이 신학을 공부하고 사람들의 욕구에 최적화된 설교를 해낸다 할지라도 거기에 인격적 관계는 없다. 먼저는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가 없고 또한 사람들과의 인격적 관계도 없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가 없는 설교는 알파고의 설교가 아닌가? 인공지능이 설교할 시대에 대한 염려를 하기 전에,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가 없이 그저 정보와 자료에 의존하는 설교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 발표하는 이경민 교수

두 번째 발표자인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의 이정민 교수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정말 인간의 지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핵심 질문을 던졌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은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문제들을 알아내고, 풀어야 할 문제들을 선택한다. 이렇게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일은 지능적인 체계가 환경에 적응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렇게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적응하는 능력이 바로 지능이다.” 이 교수는 지능을 처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며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알파고로 표현된 인공 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 지능의 확대이다. 하지만, 계산 지능의 발달에만 국한된 매우 제한적이고 일면적인 연장이다. 계산 능력의 증가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은 훨씬 많이 발전하겠지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사태를 해석하고, 문제를 인식하며, 해법을 강구하는데 계산 능력을 활용하고, 책임지고 그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주체적 의지적 존재인 사람들이 할 일이다.

진정한 의미의 지능은 지금-여기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규정하는 것이고, 해결법들을 찾는 것이며, 최선의 실천을 선택하는 것이다. 신학과 교회의 역할은 현존재들의 고통에 공감하여, 지금-여기의 유한성을 드러내고, 현실의 대안적 해체가 필연적임을 증언하는 것이라 믿는다. 신학과 교회의 위기는 고통의 유한성과 구원의 필연성을 망각하고, 지금-여기에 매몰되거나 영합할 때 찾아올 것이다. 현대 사회가 알파고 현상에서 드러난 단면적인 피상적인 인간 이해를 넘어서, 지능의 진정한 자리매김을 찾아 나아가는 데, 우리 신학자들의 적극적 기여를 기대해 본다.

이 교수의 지적대로 인공지능시대의 신학자들이 해야 할 일은 지능의 진정한 자리매김을 찾아내는 일이다. 세미나를 마치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참된 지식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고 지혜의 근본은 여호와를 경외함이다. 진정한 지능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참된 설교는 알파고 스타일의 정보 취합 분석 종합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본문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깊이 묵상하며 그 분의 말씀을 먼저 듣는 데 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성도는 설교를 통해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자가 아니라 내 욕구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자이다. 아무튼, 이번 세미나 참석자들은 한신대 학술원의 교수세미나를 통해서 신학의 진정한 자리매김에 대해 생각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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