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경락 교수, 학부과정부터 설교학 필요한가?

코람데오닷컴 편집장 김대진 박사는 고신대학교 실천신학교수로 올해 부임한 채경락 박사를 지난 17일 수지열방교회(담임 안병만 목사) 목양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채 교수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진학자는 아니지만 목회를 하시다가 새롭게 학교로 사역지를 옮기시게 된 신임교수 시기 때문에 신진학자 인터뷰 시간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 김대진 박사(좌)는 고신대학교 실천신학 교수로 부임한 채경락 박사(우)를 지난 17일 열방교회 당에서 만났다.

1. 채 교수님 새삼스럽지만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학부에서는 미생물학을 전공했습니다. 원래 꿈은 창조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목회의 소명을 느끼고 신대원에 입학하였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칼빈신학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석사과정 도중에 남침례신학교 박사과정 입학허가가 나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남침례신학교는 스스로를 칼빈주의로 칭하는 개혁주의 전통이 강한 신학교입니다. 미국의 장로교 신학교들이 신학적으로 자유화된 경향이 있어 보수 신학을 표방하는 남침례신학교를 선택하였습니다. 2008년에 박사학위 취득과 동시에 일원동교회의 청빙을 받아 담임목회를 시작하였고, 목회생활 8년 만에 고신대학교 교수로 부름을 받아 교수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목회하시다가 교수사역으로 옮기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한 말씀해 주시지요?

박사과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마음 한편에 교수 사역에 대한 비전은 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산 고신대에서 실천신학 교수를 초빙한다는 소식을 듣고, 교단의 설교자들을 좀 더 가까이 섬길 수 있는 기회겠다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목회자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 목회 하시다가 교수생활 하신지 이제 4달 정도 지나셨는데 이전과 비교해서 뭐가 제일 많이 달라졌나요?

일단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웃음)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강의를 하고 있거든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사역방향의 변화입니다. 현장 목회자로서 매주일 설교를 준비하던 에너지를 이제는 설교자들의 설교 작성을 돕는 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도 원고 기고와 간헐적인 강의로 현장 목회자들을 섬겼지만, 이제 보다 집중력 있게 섬길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4. 학부에 설교학 교수가 필요하냐? 라는 이야기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설교학을 전공한 학부 교수로서 현재 활동을 소개 해 주십시오.

학부생들 가운데 교육부서 사역자로 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의 상황이 학부생들도 설교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기본적인 설교학에 대한 배움도 없이 투입되기도 하는데, 이 대목에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더욱이 고신대에서 제 직책은 실천신학 교수입니다. 설교학 외에도 실천신학 전반에 대한 소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신대에는 학부만 있는 게 아니라, 일반대학원과 선교목회대학원 등 다양한 대학원 과정이 있습니다. 현장 목회자들의 재교육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 설교학이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금번 2학기부터 선교목회대학원에 강해설교와 목회트랙이 시작되는데, 현장 중심의 설교 작성법 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5, 설교자들의 설교표절이 큰 문제가 되었고 지금도 되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고 대안은 무엇입니까?

최근 교단의 한 선배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는데 그분 말씀이, 설교 표절은 나쁘니까 하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하셨는데, 참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설교 표절은 기본적으로 설교자의 윤리 문제이지만, 이면에는 한국교회 설교자들의 척박한 상황과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감당해야 할 설교 횟수가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 설교 작성 훈련은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설교학자로서 이 대목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 채경락 교수

6. 설교학을 전공했지만 목회자로 오랜 시간 목회하시고 지금은 학부 실천신학교수로서 사역하시는데, 현장을 경험한 학자로서 기여하고 싶은 관심분야는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설교화작업입니다. 설교 준비는 본문 주석에서 시작하여 설교문 작성으로 마무리 되는데, 주석과 설교문 작성 사이에 설교화 작업이 있습니다. 설교화 작업이란, 주제를 결정하고, 주제를 중심으로 골격을 짜는 개요 작업을 일컫는데, 이것이 설교학 본연의 임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현장 설교자들 중에 이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설교화 작업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될 경우, 설교 준비 시간이 매우 단축될 수 있고, 보다 선명하게 들리는 설교를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저는 학위 공부와 8년 현장 경험을 통해 나름 현장성 있는 설교화 작업의 틀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현장 사역자들에게 공급하고 훈련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7. 현장 설교 사역과 관련된 질문인데, 교수님의 <쉬운 설교>(생명의 양식, 2015)라는 책에서 3대지 설교를 강조하는 데, 지금도 3대지 설교가 통합니까?

설교 관련 강의를 다니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현장 설교자들 중 거의 7,80퍼센트가 지금도 3대지 설교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차이도 없고, 교단이나 교회 규모의 차이도 거의 없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지금도 3대지가 통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현장 설교자들은 결코 어리석은 분들이 아닙니다. 통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즈음만 해도 3대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회를 시작하고 실재 현장에서 설교를 하다 보니, 3대지의 가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3대지는 오래된 형식이지만 결코 낡은 형식은 아니라는 것이 저의 믿음이고, 현장에서 확인한 바입니다. 다만 전통적인 3대지가 가진 정적인 밋밋함, 혹은 짜깁기의 위험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선명한 주제 초점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3대지의 풍성함을 견지할 수 있는 발전된 3대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쉬운 설교>는 바로 그런 연구의 산물입니다.

 

8. 교수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3대지 설교도 소위 말하는 원 포인트’, 또는 신설교학자들이 강조하는 흐름‘movement’가 있는 설교가 가능할 것 같은데요?

원 포인트는 사실 특정한 설교 형태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모든 설교에는 중심된 주제가 있어야 하고, 그 주제가 바로 그 설교의 원 포인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3대지 설교도 세 개의 대지를 가진 원 포인트 설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쉬운 설교>를 출판할 때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3대지는 살아있다!>였습니다. 3대지는 죽은 격자가 아니라 살아있습니다. 얼마든지 변모가 가능합니다. 나무라는 이름 안에 참나무, 느티나무, 밤나무 등 온갖 나무들이 있듯이, 3대지 안에도 역동적인 흐름을 가진 다양한 형식이 존재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정리한 것만 해도, 대등형, 점층형, 진전형, 심지어 반전형 3대지, 여기에 해석1+적용23대지 등, 두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다양한 역동성, 혹은 흐름(movement)을 가진 3대지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9. 설교학을 전공하지 않으신 어떤 목사님이 설교세미나 인도하면서 강해설교도 하지 말고, 귀납법적 설교, 혹은 이야기식 설교도 하지 말고, 3대지 주제 설교를 하라고 강조하신다는 데, 3대지 설교는 강해 설교인가요? 주제 설교인가요?

강해 설교와 주제 설교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명한 강해 설교학자인 해돈 로빈슨은, “강해 설교는... 하나의 성경적 사상의 전달이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하나의 성경적 사상이 곧 주제입니다. 강해 설교는 원리적으로 주제를 요청합니다. 덧붙여, 로빈슨은 강해 설교는 특정한 설교 방법론이 아니라 하나의 설교 철학이라고 했습니다. 설교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상식으로 통하는 문장인데, 강해 설교는 설교자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본문의 메시지를 선포하겠다는 설교 철학이지, 특정한 형태를 지칭하는 말이 아닙니다.

 

10. 교수님의 설교학을 3대지 강해설교라고 소개해도 될까요?

,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됩니다. 설교 메시지를 본문에서 얻는다는 점에서 강해 설교이고, 형태상으로는 3대지를 주로 취한다는 의미에서 3대지 강해설교라고 부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11. 교수님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사역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고신대학교에서 2학기부터 시작되는 강해설교와 목회과정에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임영효 교수님이 목회 파트를 맡고, 제가 설교 파트를 맡는데, 목회자들에게 현장성 있는 설교 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년 과정 동안, 기본 작성법에서 시작하여, 교회력을 따른 절기 설교, 심방상황을 가정한 상황별 설교, 근자에 많은 관심이 일어나는 교리 설교, 여기에 권별 강해설교 과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간 설교 계획을 세우는 방법과 5-8주 정도의 시리즈 설교를 기획하는 방법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또 이번에 총회교육원 주최로 쉬운 강해설교 작성법 세미나가 열립니다.(74-6, 부산 영도 홀리조이센터, 총회교육원 홈피(edpck.org) 참조) <쉬운 설교>를 중심으로 주일 설교를 위한 3대지 작성법과 새벽 설교를 위한 원포인트형 설교를 소개하고 훈련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목회자 재교육을 위한 설교자 학교를 세우는 비전을 품고 있는데, 그 첫걸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설교적 주석(homiletical exegesis)”의 꿈도 갖고 있습니다. 주해적인 주석과 구분되는, 설교 길잡이로서의 주석입니다. 그간 두란노의 <목회와 신학><그 말씀> 그리고 성서유니온의 <묵상과 설교>, 그리고 교단 QT집인 <복있는 사람>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해왔는데, 주로 설교 작성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가지고 현장 설교자들에게 좀 더 실재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겠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12. 끝으로 한국교회 설교자들에게 드리고 싶으신 말씀 해주세요.

우선 수고가 참 많으시다는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장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현장의 고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설교가 나오지 않을 때의 고통도 알고, 가끔 설교가 실패했을 때의 괴로움도 경험으로 잘 압니다. 그러면서도 설교가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영광스럽지만 무거운 설교의 짐을 감당하시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불어 설교자들을 돕는 저의 사역에도 관심과 격려를 부탁합니다. 이론에 머무르는 학자들만의 설교학이 아니라, 현장의 호흡을 담아내는 현장성 있는 작업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조언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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