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친구이기 때문이다

2007-10-26     천헌옥 목사 /코닷 편집인
우리는 일 년에 두세 차례 정도만 얼굴로 만나지만 사진을 포스팅 하는 사이트에서는 매일 만난다. 그는 한 결 같이 아침 일찍 들어와 ‘좋은 아침 여십시오. 샬롬!’ 그렇게 인사를 던지고 나간다. 샬롬이라는 인사법을 내게서 배운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교회의 문으로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는 몇 번 나를 따라 교회에도 가곤 했으니 거부감은 없어 보인다. 그는 나에게 훌륭한 전도대상자이다.


외길을 걸어온 사람. 오직 들풀을 고집한 사람. 사진에 미처 집안에서 조차 미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산 사람. 그가 마지막에 빛나고 있다. 현대의 세상은 모두를 다 잘해야만 살아가는 시대는 아니다. 무엇이든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 아니 한 직종에서도 잘 할 수 있는 것만 잘해도 된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잘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한데 어울려 하모니를 이루면 그 사회는 정말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그를 친구로 둔 나에게는 영원한 행복을 찾아주는 일이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기독교에 귀의한 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혼자 바들바들 하며 살아온 내가 너무 불쌍했다”고 하면서 세례 후 가장 크게 바뀐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예로 들며 "세례받기 전까지 나는 토끼 인생이었다. 나는 잘났고,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그게 아니다. 나는 거북이다. 그동안 얼마나 잘못 살아왔고 얼마나 많은 것이 부족했었는지…. 인간의 오만을 버리는 것이 크리스천으로서 가장 큰 변화다"고 말했는데 들풀 박사 역시 그런 후회를 하지 않도록 그의 손을 힘껏 잡아주어 진정한 행복을 나누어 주는 일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는 아직 내가 가진 진짜 행복을 알지 못해 교회 문밖에 서 있지만 그의 손을 붙들고 있는 것은 그래도 친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