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닉네임
- 정선
아! 세월호
정태호
오늘은 자꾸만 화가 난다
뉴스는 온통 세월호 재난만 보내고
누구에게 라고 꼬집을 수도 없는
부끄러운 화가 나서
그냥 허망한 웃음이 나온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처음 보도를 보고 다들 구조됐다는 헛소리에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무지가 부끄러워 화가 난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 손 놓고 소식만 기다려야 하는
무능이 부끄러워 화가 난다
책임질 위치에 있는 분들
책임지는 아무 소리도 없고
우왕좌왕하는 민심이 안타까워
살았다가 죽어버린 교감선생님이 불쌍하여
화가 난다
승객들 팽개치고 도망 나온
선장과 선원들을 생각하니
악마들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화가 난다
책임지우기도 부끄러운 해운회사, 대책 없는 대책본부
라면 먹는 재상, 기념사진 찍는 당상관을 보면서
화도 나지 않는다
눈물이 난다. 그저
아! 세월호
어린 생명들아
그리고 그 뒤로 묻혀버린 이름 없는 영령들아
(주간 '한국문학신문' 2014년 4월 23일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