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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닉네임
천헌옥
등록일
2007-12-12 13:45:48
조회수
4219
인천과 서울은 거기서 거긴데 왠 호들갑이냐 하겠지.
워낙 다니기 좋아하고 여행 좋아했던 사람이라
호들갑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닐테지만
올 겨울은 어쩐지 몸이 움추려 든다.

루체비스타를 한 번은 보아야 하지 않겠냐며
며칠을 자기체면을 걸고 드디어 출정에 나섰는데
쉽지 않은 걸음의 원인은 혼자라는 것에 있었던 게다.

일찌감치 점심을 챙겨 먹고 전철에 오른다.
구름이 짙어 하늘은 잿빛이지만 야경이야 어쩔려고.....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나에게 그래도 충무로의 한옥마을로
발길이 옮겨진다.

뭐 공연이라도 있을까 해서 왔었는데 겨울철엔 없다고 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도시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감나무 한그루를 만난다.






주인은 감나무를 시민의 볼거리로 그냥 두었는가 보다.
금방이라도 떨어 질것만 같은 홍시를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누워 있어 볼까 하는 익살이 떠오른다.






차가운 칼바람에 시퍼렇게 질려 있는 호수 위로 비치는 반영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잉어들이 지붕 그늘에 숨어 모여 있는 게 아닌가.
오호라 저걸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잉어가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이 될까?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청계천으로 갔다.
아! 빛의 화려함....

작년에는 루미나리에라고 했는데 올해는 루체비스타라 한다.
루미나리에를 약싹빠른 일본에서 상표등록을 했기에
아마 우리나라는 루체비스타를 쓰기로 한 모양이다.

루체비스타는 빛이라는 이탈리아어 루체(luce)와
풍경, 전망을 뜻하는 비스타(vista)의 합성어합성어로 빛의 풍경이라는 말이다.
루미나리에 역시 이탈리아어로 빛의 축제라는 말이다.











수많은 인파들이 추운 날씨에도 청계천으로 몰려나와 있었다.
루체비스타를 보러 온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나온 사람은 나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쌍쌍이 나와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고 있었다.
빛의 풍경으로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평생 아름다운 행복의 샘을 만들고 있었다.
혼자 더 머무르고 있을 곳이 아니었다.
이제는 시청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름다운 왕관이다.
그림에는 안보이지만 그 왕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왕관을 쓰고 있는 셈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왕관을 쓸 자격이 있소.
우리 모두가 다 왕관을 쓸 사람들이오.

그러나 인생이 마지막 가는 길에 왕관을 쓸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진정한 왕관의 주인공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는 순간이었다.
그 왕관 저 옆에 크리스 마스 트리가 서있다







세상을 구원하시러 온 구주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트리.
그 빛이 온 누리에 빛나 모든 고통이 끝나고 모든 죄의 사슬이 풀어지고
영원한 생명을 먿는 축복이 임하기를 기원하며 왕관 안으로 들어선다.




참 얼마만인가
수십년 전으로 돌아가 넘어지고 깨지면서 스케이트를 탔던 시절이....
이제는 그들을 구경하면서 대리만족 밖에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던가....











갑자기 SBS 취재원이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묻는다
얼마나 사람을 만났는지
인연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가장 기억나는 인연에 대해서 말해 보자면....
여러가지 갑자기묻는 바람에 얼떨결에 말해 버리고는
돌아서서 후회했다.
이것이 방송으로 나가면 전국적으로 얼굴이 팔리게 생겼다.
그리고 앞뒤가 맞는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인천으로 오는 전철의 한 시간은 서울의 나들이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소중한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작성일:2007-12-12 13:45:48 218.52.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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