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혼돈이냐 역동이냐?

이병수 교수(고신대 국제다문화사회 연구소 소장)

여러 통계가 2018년을 정점으로 대한민국의 인구절벽을 예상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및 젊은이의 3D 직종 기피로 부산 경남 지역의 중소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민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이민으로 겪게 될 부정적 측면을 면밀히 예상하면서 이민의 긍정적 측면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가 몇 해 전 한 정책포럼의 기조발제에서 장기화하는 저성장 추세의 탈피책으로 '지속 가능한 이민정책'을 내놓았다. 그에 의하면 "저출산 고령화에 저성장이 이어지는 경제 상황에서 적극적이면서 전략적인 이민정책 활용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달성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절반도 이민자라고 한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총 11명 중 6명(물리학상 3명·경제학상 2명·화학상 1명)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미국 대학에 소속된 이민자 출신이다. 1901~2015년 미국인 노벨상 수상자의 31%는 미국 이외 국가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이라고 한다.

올해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노벨화학상 수상자 프레이저 스토더트는 "미국이 지금 같은 최강국이 된 이유는 미국의 국경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문화 연구자 또한 문화의 다양성이 창조성을 가져다준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선두사회를 따라잡는 '추격자'(Fast Follower)의 사회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우리 사회가 '선도자'(First Mover)의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이다. 그 선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창조성이 핵심 요소이다.

창조성이 어떻게 교육되고 획득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문화연구가들은 "한 사회 속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상생할 때, 그 사회는 엄청난 창조적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곳에 충돌과 혼돈도 일어날 수 있지만 '창조적 역동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다문화 사회, 혼돈이냐 역동이냐?'의 질문에서 우리는 다문화 사회를 '혼돈'이 아니라 '역동'으로 보고 그것을 획득할 수 있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다문화 사회가 가져다줄 현실적 위험들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아니라 다문화 사회를 '한국사회의 기회와 미래'로 삼는 긍정적·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런 긍정적 자세로 나아갈 때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가 가져다줄 몇 가지 유익을 배울 수 있다.

첫째, 다문화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은 그 사회의 문화적 자산을 풍부하게 해 준다.

둘째, 다문화 사회는 차이를 껴안고 함께 사는 것을 배우게 함으로 사회를 성숙시켜 '다름의 평화'와 '차이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를 만든다.

셋째, 창조성은 다른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서 풍성해지며 문화의 다양성을 창의성과 발전의 원천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사회는 각 나라의 문화전통이 창의성의 원천으로 보존되어 후대에 전달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이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 다문화 사회를 한국 사회의 창조적 역동성을 만드는 기회와 미래로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