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드러내어 신뢰를 얻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 담임, 코닷연구위원장, 미포사무총장)

3년 만에 세월호가 물위로 올라왔다. 대한민국 전체가 숨을 죽이면서 지냈던 3년 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당시 주일을 맞으면서 무엇을 설교해야 할지 모르는 목사들 중에 한명으로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질문하였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찾아야

세월호 전에 인도와 인도네시아 지역을 덮친 쓰나미 해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때, 필자는 네덜란드에 있었다. 그때 우리 성도들이 질문했다. 이런 재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그래도 그 때는 대답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여기저기서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심판’이란 설교에서부터, ‘망대가 무너진 것은 회개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으로, 그리고 나아가서는 ‘우리가 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모른다’에 이르기까지. ‘물과 뭍의 경계를 정하신 하나님이 이를 왜 무너뜨리셨는가?’ 이런 쓰나미와 같은 현상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것은 죄와 관련되었고 나아가 회개와 연결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지역을 덮친 쓰나미 해일 때는 남의 일이었고, 그래도 설명을 해볼 만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데 세월호의 경우는 달랐다. 나와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 며칠간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필자도 아직 본격적인 목회를 하기 전이었지만 어느 모임에 정기적으로 설교를 하는 입장에서 무엇인가 설명을 해야 했지만 그러나 당시에 아무 말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하는가 하고 알아보았지만 특별한 말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의 만연한 부패와 안일이 도마에 올랐고, 국가 대개조라는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416 세월호, 295명 사망, 9명 실종.

세월호 사건은 단지 이런 숫자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건이다. 더 큰 희생이 난 사건들도 있지만 세월호를 인양하면서 우리는 사건의 수습 및 원인 찾기를 질문해야만 한다.

국가를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 13일 만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전면 개조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을 당했다. 국가의 대통령이 인정했듯이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다. 부패, 안일, 무능,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 등 모든 개인과 회사 그리고 국가 조직까지 모든 것들이 고리처럼 얽혀서 함께 가라앉은 사건이었다. 그래서 마치 우리 사회 전체가 가라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야 하기에 원인을 규명하고, 사건을 수습해 갔다. 그러나 국가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 세월호 조사 특위 활동은 제한되었다. 그러나 세월호가 인양되어야 한다는 여론을 통해서 마침내 세월이 지나서 다시 세월호 사건이 등장 한다.

이 기회에 정말 국가 전체가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호가 아니라 철저하게 원인을 밝히고 이에 대해서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 사회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전의 문제들의 누적분이 다양한 사건들로 드러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잘못들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정리가 부족했다. 일제 청산부터 시작해서 한국 사회에 여전히 녹아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한 구성요소로서 종교나 특히 기독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잘못을 정리하고 정산하는 작업을 하지 못한다.

신뢰받는 정부와 국가가 되길 바라면서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해야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국가가 세월호 원인을 이미 발표했지만 신뢰를 받지 못했다. 소위 네티즌 수사대는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배가 지면위로 떠오른 후에 특별한 외상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곤 잠잠하고 있지만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은 국가의 신뢰성이 상실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왜 3년 동안 세월호가 바다 속에 있었는가를 질문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가족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9명의 울음과 슬픔은 개인의 슬픔만이 아니다. 이 사회와 국가의 신뢰받지 못함이 만들어내고 있는 슬픔이다. 우리 모두가 주고 있는 슬픔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가 이 일에 관여되었고 그 사건의 며칠을 숨죽이면서 보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적극적인 선을 창출하지는 못할지라도 잘못을 규명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잘못을 철저하게 가리면서 상벌에 철저한 것이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이런 부정과 잘못에 정부나 국가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국민은 국가나 정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아프더라도 처절하게 잘라내어야 한다. 그래서 공권력이 신뢰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새벽기도회 때 사회를 위해서 분야별로 나누어서 기도를 한다. 월요일 새벽마다 세월호 사건을 두고 기도했다. 국가를 새롭게 해야 할 만큼의 잘못된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같이 기도했다. 죄와 악이 국가에서 정리되고 더 건강한 사회, 평안한 사회가 되기를 위해서 기도하고 경고하는 것이 교회의 책무이다. 이런 책무를 감당할 때 죄를 용서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자리로서 교회와 복음의 소중함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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