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무궁화 정신으로 민족을 일깨운 한서 남궁억

제72회 식목일을 맞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인 무궁화 심기 행사가 영등포구의회, 세종시 등 기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매년 4월 5일 식목일은 일제 강점기 무궁화 묘목을 보급하여 민족의 혼을 깨운 한서 남궁억 선생이 서거하신 날이다.

남궁억은 교육으로 나라를 구하고 신앙으로 나라 세우기를 위해 힘쓴 민족의 선각자이다. 고종의 영어통역관을 시작으로 경상도 성주목사, 강원도 양양군수로 관직 생활을 하였으며, 독립협회와 대한협회를 조직하고 상동천년학원에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또한 황성신문을 창간하여 언론을 통한 계몽운동에도 힘썼다.

56세에 강원도 홍천 모곡리로 낙향한 뒤 모곡학교를 지어 교육과 복음전파, 그리고 독립운동에 여생을 바쳤다. 모곡학교의 학생들에게 “독립 이후의 일을 계획하라”고 가르치며 특히 생명력이 강한 무궁화를 전국에 보급하였고, 교육 자료인 교육월보, 가정교육, 조선문법, 조선어보충과 역사서인 동사략, 조선이야기를 저술하여 잊혀져가는 민족의 혼과 사상을 일깨우고자 하였다. 쓰러져 가는 국가의 운명에 자신의 삶을 바친 남궁억은 국사교육과 무궁화 보급운동 중 보안법 위반을 명목으로 구속되어 서울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후 병고에 시달리다가 1939년 4월 5일 77세를 일기로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한서 남궁억 선생은 또한 우리에게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이란 찬송가 작사가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일제의 지배가 한창이던 1922년 어느 가을날 남궁억 선생은 “주여, 이 나이 환갑이 넘은 기물이오나 젊어서 가졌던 애국심을 변치 않게 하시니 감사하거니와, 아무리 혹독한 왜정 하 일지라도 육으로 영을 감당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면서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은 적으니”(마태9장37절)을 묵상하면서 이 노랫말을 지었다.

무궁화는 피었다가 지면 그 자리에 다른 꽃송이가 또 피고 죽고 하여 끊임없이 꽃송이 피우기를 멈추지 않는 꽃이다. 끈기와 꾸준함, 기개와 그 소담함이 무궁화의 아름다움이다. 생명력 또한 강하여 씨를 뿌리거나 꺾꽂이를 하거나 뿌리를 옮겨심기만 하여도 잘 자라난다. ‘무궁화’라는 명칭은 ‘목근’이란 한자음이 변한 순우리말이다. 학명은 그리스어로 ‘히비스커스(Hibiscus)’ 아름다운 여신을 닮았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Rose of Sharon’인데, ‘성스럽고 선택 받은 곳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진 산골이지만 산을 등지고 강을 끼고 있고 자못 살만한 곳이어서 제 삶을 이곳에서 다하고자 할 뿐입니다”

55세의 나이에 보리울로 낙향한 남궁억 선생은 자신의 남은 생을 교육과 무궁화 운동에 바쳤다. 그는 30만 주의 무궁화 묘목을 심어 전국에 배포하였다. 무궁화가 민족 사상을 주입한다는 이유로 일본에 의해 방해 받게 되자 뽕나무 묘목에 섞어서 배포하였다. 이 외에도 무궁화 지도를 담은 자수본(자수 놓을 모양을 종이나 헝겊에 그려 놓은 도안)을 보급하고 무궁화와 관련된 여러 노랫말을 지어 전국에 보급하였다.

동양의 유명한 지리서인 ≪산해경≫에는 군자국(우리나라를 가리킴)에 무궁화가 많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같이 해 온 무궁화가 20세기 초 일본의 지배 속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강인함과 끈기가 민족 얼을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었으며 남궁억의 무궁화 보급 운동은 이러한 정신을 잊지 않고 살리는 운동이었던 것이다.

“내가 죽거든 무덤을 만들지 말고 과목나무 밑에 묻어 거름이나 되게 하라.”

설악산 유리봉 정상에는 남궁억 선생의 제자들이 세운 작은 비문이 자리하고 있다. 남궁억 선생은 나라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무덤을 만드는 것조차 과분하게 여겨, 무궁화나무의 밑거름이나 되었으면 하고 바라며 유언을 남긴 것이다.

한국고등신학연구원은 일제강점기 무궁화 운동을 펼쳤던 한서 남궁억을 어린이들에게 알리고자 만화≪한서 남궁억≫를 출간했다. 한국고등신학원의 남궁억 관련 도서로는 남궁억이 직접 쓴 글을 엮은 ≪무궁화 선비 남궁억≫(한글)(영어), 남궁억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보리울의 달≫ 등이 있다.

[신간] 만화 한서 남궁억 : 무궁화 정신을 남긴 겨레와 민족의 선각자(김재욱 글. 최현정 그림. 제작 키아츠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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