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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나는 왜 크리스천인가―정몽준 한나라당 국회의원
   
▲ 1951년 부산 출생서울대 경제학과MIT 경영대학원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박사13,14,15,16,17대 국회의원FIFA 부회장대한축구협회장울산대, 아산재단 이사장

지난해 11월21일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을 놓고 우리올림픽 대표팀과 바레인이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안산 와∼스타디움까지 직접 찾아오신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국민들도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해 했다. 무승부면 본선 진출이지만, 자칫 지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 국민들은 한국팀의 시원한 승리를 원했지만 본부석의 나는 ‘제발 무승부라도…’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올림픽을 월드컵보다 한수 아래의 축구대회로 보지만, 올림픽 본선진출이 월드컵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에 배당된 월드컵 본선 티켓은 4.5장이지만 올림픽은 3장이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서 나는 심적 부담이 컸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날의 무승부로 우리는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나라 일이든 가정의 일이든 열심히 기도한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도 얻게 된다. 스포츠, 정치 그리고 경제와 같은 세속적인 일에 집착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 기도를 더 많이, 열심히 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소망교회에 다니고 있다. 아내는 얼마 전 권사가 됐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서리집사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는 우리 형제들 모두 교회에서 결혼시키셨다. 나도 서울에 있는 정동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비록 당신께서는 교회에 나가시지는 않았지만 기독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깊으셨던 같다.

 

선친, 병상서도 “내게 강같은 평화∼”

아버님은 정희경 이화여고 교장선생님 같은 분들과 청운동 집에서 ‘내게 강 같은 평화’와 같은 복음성가를 부르는 모임을 자주 가지셨다.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직전 병원에 계실 때도 이런 노래들을 즐겨 부르셨다.

내가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은 독실한 기독교집안 출신 아내 덕분이다. 장인(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선친, 그러니까 아내의 조부(김병우 장로)는 당신 집 창고를 개조해 부산·김해 지역 최초의 성결교회인 김해 성결교회를 세우셨다고 한다.

내가 소망교회에서 세례를 받을 때의 에피소드. 성경 시험을 본다고 해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하루 이틀 공부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을 했더니, 세례문답 책을 나눠주던 젊은 목사님은 “이번 세례는 ‘바겐세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제자가 몇 명이냐고 물어봤을 때, 6명이라고 대답해도 절반은 맞은 것이니까 걱정 마세요.” 그렇게 해서 나는 세례 문답을 통과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화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나간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렇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가 극심한 분열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양극화는 비단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간의 괴리나 갈등만을 뜻하지 않는다. 인종이 다르고, 국가가 다르고, 이념이 다르고, 지역이 다르다는 것에서 나타나는 편견은 물론이고 남성과 여성, 젊은이와 노인,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도 포함된다. 계층간의 갈등으로 사회의 양극화를 고민한 ‘고전적인 사회주의’식의 문제의식은 “지나치게 소박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는 복합적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특정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범지구적 현상이 됐다.

요즘 우리들의 일상 언어도 깊이 병이 들어 있다. 어떤 학자는 이러한 언어 현상이 ‘기존의 권위주의를 벗어난 새로운 언어의 출현’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든 언어이며 병든 의식, 병든 사고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믿음을 버릴 수 없다.

이런 병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자라는 세대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집안에서 부부가 아이들 앞에서 서로 상스런 말을 나누는 가정의 행복이 절대로 유지될 수 없듯이, 우리의 가정과 교회, 지역 사회 그리고 국가라는 공동체는 맑고 상식적인 사고에서 다듬어진 언어로 소통돼야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성경에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Fear of God)”라는 말씀이 나온다. ‘하나님을 경외(공경하면서 두려워함)하는 것이 지식과 지혜의 근본(잠 1:7,잠 9:10)’이라고 기록돼 있다.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을 가질 때 우리는 오만하지 않고 겸손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성적인 믿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성이 끝나는 곳에서 신앙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신앙 안에서 이성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하나님의 자녀다운 삶을 사는 자세이고 태도라고 생각한다.

통일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 모두가 통일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되, 참으로 냉정하고 지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로 임하여 “우리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때 나는 그저 막연하게 “통일이 이루어진 나라에서 신나게 살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통일을 잘 할 수 있는 이성을 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있다. 소망교회의 김지철 목사님도 “덮어놓고 믿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성경책을 열어 놓고 믿는 것도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참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의 내일이 결코 밝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좌절을 느끼고 피곤을 느낄 때면 조용히 성경구절을 읽으면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한 사회를 책임진 지도자들이 기도를 많이 할 때 나라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미래도 밝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도하며 노력을 기울일 때 정치도, 통일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으로 믿는다. 아직 나는 믿음이 약하다. 그러나 기도하면서 생기는 겸손과 담대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널리 펴는 일을 하고 싶다.(국민일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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