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오랜만이다. 아니 처음이구나. 내가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이……. 바쁘게 살다가 잠간 멈추어서 자신과 대화하는 것도 유익한 듯. 성경에도 그런 구절이 있잖아.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 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시편 42:5). 그런데 실제 해 보려니, 살짝 어색하다. 그렇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익숙한 길을 가다가 낯선 길을 가는 것도 인생의 색다른 즐거움인 듯. 나 자신과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지만 일단 시작해 보자.

너도 벌써 60이 넘었구나. 세월이 참 빠르다, 그지? 그래 말이야. 한때는 정말 세월이 안 가고, 나이가 들지 않는다고 답답했는데, 언젠가부터 쏜살같이 나이가 들더군. 그랬구나! 아무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들 때도 있었겠지? 그렇지. “사람은 고난을 위하여 났으니…….”(욥기 5:7)라 했는데, 나라고 예외겠어? 나름 힘든 삶이었지. 유년기에 아버지, 어머니가 차례로 돌아가셨을 때. 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졌을 때. 고등학교 1학년 때 매형에게 버림받고, 혼자 차가운 방에 남겨졌을 때. 어렸을 때부터 소망했던 체육교사의 꿈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좋아했던 사람이 등을 돌리게 되었을 때. 평생을 바치고 뼈를 묻고 싶었던 SFC간사 직을 졸지에 해임 당했을 때. 부산에서 목회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리고 15년 전 낯선 천안에 와서 하나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있게 된 것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야. 결코 나의 힘이 아니었어. 그래. 그러니까 너는 절대로 교만하면 안 된단다. 나도 그러려고 노력할게.

그런데 지금 너는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데? 그래, 나는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해. 뭐가 그렇게 행복하냐고? 무엇보다 나는 우리 하나교회가 너무나 좋다. 내가 하나교회 목사인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그리고 하나님께 쓰임 받는 것이 너무나도 황송하다. 누구보다도 네가 나를 잘 알잖아? 이런 나를 하나님께서 더 잘 아시면서도 폐기처분 하시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여러 가지 직분들도 생각하면 정말 과분하다. 또 사람들이 나의 본색을 잘 모르고 나를 좋아하고 사랑해 주는 것이 민망하지만 감사하다.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 사람들의 과분한 평판, 내게 주어진 귀한 직분들이 나를 황홀하게 한다.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한다. 몸 둘 바를 모르게 한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나, 그것이 큰 고민이며 내 기도다. 그래! 그렇게 잘 하면 좋겠다. 나도 너를 응원할게.

이제 목회가 10년도 안 남았는데 네 목표가 무엇이지? 그래, 지난날보다 남은 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더 중요하겠지. 앞으로 하나교회를 위하여, 고신총회를 위하여, 한국교회를 위하여 어떤 큰일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예수님을 더욱 닮아 가는 것, 성령님으로 더 충만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요즘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 그게 내 인생에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 그래서 주위 분들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내 중요한 목표야. 지금까지 내게 그런 점이 부족하다는 반성이 되어 부끄럽거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든지 손해 보며 살고 싶어. 희생하면서 살고 싶어. 예수님 믿고 50년이 되었는데, 내가 손해 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득 본 것만 너무나 많아. 목사 된 지 33년이 되었는데 내가 희생한 것이 무엇인가 모르겠어. 대접 받은 것만 수두룩한 것 같아. 내가 예수님을 잘못 믿고 있는지, 내가 목사로서 잘못 살고 있는 건지 한번 씩 고민이 돼. 그렇게 잘 살도록 나를 깨우쳐주길 바래. 남들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거든. 그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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