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이 일하던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여 뒤 사람에게 잘 물려주고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리 많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시작할 때는 크게 기대됐던 사람들도 마지막에 가서 추락하는 경우가 많고, 또 본인은 변함이 없어도 주위의 사람들이 곧 떠날 사람이라고 무시하고 홀대하는 일도 있어서, 떠난 사람이 아쉽고 떠난 자리가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언론들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용한 퇴진을 요구하는 말들이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더 이상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떠나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기사들을 보면 마음이 편하질 않다. 그의 업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하여간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복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보다 더 안타까운 일들이 교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근년에 대형교회들에서 은퇴한 목사들이 담임목사 세습이란 추한 뒷모습을 남김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복음전도에 엄청난 장애를 가져온 일들이 있었다. 그런 교회들마다 모두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다하지만, 한국교회 안에 세속주의가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들이었음은 틀림없다.

또 이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간혹 목사님, 장로님들의 정년은퇴식에 참석해 보면 뭔지 모르게 씁쓸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정년으로 퇴임하는 분들은 참으로 영광스러워야 하고 떠나보내는 교회는 사랑과 아쉬움이 있는 것이 정상이지 싶은데, 분위기는 오히려 그 반대다. 떠나는 분들은 교회의 충분치 못한 예우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교회는 교회대로 지쳐 있는 분위기가 역력한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데 필자는 구랍에 어느 목사님의 은퇴식에 참석했다가 정말 부러워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했던 일이 있다. 그 때 은퇴하신 목사님은 유명한 분도 아니었고, 그가 개척해서 평생 목회한 교회도 그리 큰 교회가 아니었다. 우리 주위에 가장 많은 교회들 중 하나, 소박하게 보이는 2-300명 사이즈의 중소교회였다.

목사님은 인생중년에 목사가 되어 교회를 개척하고, 15년 동안 성실히 목회해 왔다. 천막교회를 시작했을 때는 겨울밤의 혹독한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견디며 수년 동안을 천막 안에서 매일 밤을 기도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평생 가정예배를 빠뜨려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수 십 년 동안을 매년 성경을 한 번씩 읽었다는 말도 들었다. 그는 목회자로서, 가장으로서, 경건생활의 자기관리자로서 정말 성실하게 살아온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은퇴식은 교인들의 눈물로 이어졌다. 특송을 하는 교인들이 울먹이느라 찬송을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송별인사를 하던 장로님은 목이 메여 말을 잊지 못했다. 광고를 하던 장로님까지 울면서 광고를 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이는 평생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살아온 사람들이 받는 복임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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