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나무뿌리(裸根) /노상규
오랜 비바람
덮힌 흙 쓸어가
대지에 드러난 나무뿌리
지나는 길손
밟고 또 밟아
껍질 벗겨진 나무뿌리
하여 하여도
깊이 더 깊이
뻣고 더 뻣어
생명 근원까지 이른 나근
힘껏 더 힘껏
수액 밀어올려
가지 끝 잎과 꽃
찬란한 생명 틔우는 나근
벗겨져도 밟아도
주어진 자리 그 땅에서
나무와 가지 끝
그리고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