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 /노상규
도토리묵은 겸손이다.
한 톨 한 톨
허리 숙여 주워야 한다.
도토리묵은 인내이다.
한 톨 한 톨
껍질 벗겨 말려야 한다.
도토리묵은 시간이다.
고운 가루 내어
떫은 맛 우려내야 한다.
도토리묵은 연단이다.
일곱 배 물부어
휘휘저어 불을 통해야 한다.
도토리묵은 사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먹을 사람 생각해야 한다.
도토리묵은
겸손.인내.시간.연단.사랑을
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