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을 찾아온 난민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 드려

아프리카 동부의 작은 나라 부룬디에서 정치 박해를 피해 3년 전 대한민국으로 피난 온 한 남성은 자신의 별명을 디자이어(Desire)라고 소개했다. 그는 까다로운 한국의 난민 자격 때문에 인도적 임시체류자 자격으로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드럼을 치는 디자이어는 아내와 함께 안산다문화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는 한국에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김명현 목사(이천 순복음교회)가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엽시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하고 영어와 불어로 통역되었다.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대표 이호택, Refuge pNan)에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이성구 목사, 이하 한목협)가 마련한 성탄 예배가 드려졌다. 피난처에서 생활하는 난민들과 피난처 스텝 그리고 한목협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난민들과 함께 성탄예배 드리는 한목협 회원들

한목협 공동회장 오병욱 목사(예장고신 하나교회)의 인도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며 예배가 시작되었다. 김자종 목사(예장대신 열리는 교회, 한목협 회계)가 기도하고, 마태복음25:34-36을 본문으로 한목협 상임회장 김명현 목사(이천 순복음교회)가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엽시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모세도 난민이었습니다. 모세를 받아 주었기에 하나님은 그를 통해 한 민족을 구원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이집트에서 난민으로 살았습니다. 그를 받아주었기에 그를 통해 모든 사람이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습니까? 예수님은 어려움을 당해 낙심하고 있는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셔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 사랑을 받은 기독교인들은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러나 무명의 사마리아인들이 많이 나타나는 성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난민 여러분의 고통의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이제라도 우리의 작은 걸음을 통해 하나님의 따뜻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목사는 요한일서3:17 말씀을 인용하면서 설교를 마쳤다. “누가 이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 줄 마음을 닫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겠느냐” 아멘.

특송하는 남서울교회 중창단

남서울교회(최성은 목사 시무) 여성 중창단의 특별 찬양이 있었고, 김경희 홍성표 풀룻과 기타 듀엣 연주회도 있었다. 한목협 대표회장 이성구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도 일제 36년 식민통치와 한국전쟁의 어려운 시절 피난민으로 살았지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소망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 목사는 오늘 피난민으로 살아가는 여러분도 예수 안에서 소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목협 이성구 대표회장(우)이 이호택 원장에게 난민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피난처 난민센터 대표 이호택 원장은 여기까지 피난 온 이분들을 또 다른 데로 가라고 할 수 없었다며, 지금까지 외롭게 사역해 왔지만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이렇게 격려해 주시니 충성을 다해 섬기겠다고 인사했다. 그는 “전 세계에 6천만 명의 난민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3만 명의 난민들이 들어왔다”며, “난민들이 있는 곳에는 어지러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돌아오는 역사가 난민들에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적 돌봄을 실천하는 국제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는 지난 1999년 창립됐으며, 탈북난민을 비롯해 국제 난민들의 생활과 자립, 숙소 지원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호택 원장이 감사의 인사를 하고있다.

난민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는 영어와 불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되었다. 한목협은 성탄 예배 후 피난처 난민들을 위한 격려금과 방한복을 전달했다. 사무국 윤재지 목사가 광고하고 한목협 명예회장 손인웅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손인웅 목사가 축도하고 있다.

특별히 한목협 공동총무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는 “2017년 성탄에 한국사회와 교계에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목협은 호소문에서 “대한민국을 찾아온 난민들이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이웃임을 인식하고, 저들의 필요를 채우며, 사랑으로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섬길 수 있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정부와 사회는 과거 일제 식민지와 독재정권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나그네로 해외 각국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며,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시절을 기억하여 찾아온 난민들을 따뜻하게 받아 최선을 다해 보살펴주기를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한목협 난민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를 마치고 (난민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2017년 성탄에 한국사회와 교계에 드리는 호소문” 전문

호소문 발표하는 이세령 목사

예수님은 약하고 가련한 죄인들에게 기쁨과 소망을 주시기 위하여 사람의 몸을 입고 친히 이 땅을 찾아 오셨습니다. 이 놀라운 성탄의 기쁨을 온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려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정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한 아픔을 안고, 전 세계로 흩어져 살 길을 찾아 헤매는 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에도 삶의 도움을 청하는 난민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와 사회가 자기를 비우시고 이 땅을 찾아오신 예수님의 마음으로, 지구촌이 겪고 있는 이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건강한 공동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그리고 사회를 향한 온전한 섬김을 위해 한국 기독교 주요 13개 교단 목회자들로 구성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2017년 성탄절을 맞아 다음과 같이 간절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1. 대한민국을 찾아온 난민들이 이 시대의 강도만난 이웃임을 인식하고 저들의 필요를 채우며 사랑으로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섬길 수 있기를 호소합니다.

2. 우리를 찾아온 난민들이 이 땅에서 육신적인 안위를 얻을 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변화를 받아 새로운 생명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온 교회가 함께 전심으로 기도하며 복음의 통로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를 호소합니다.

3. 다양한 이유로 우리를 찾아온 난민들이 민족적 배타성을 극복하고 저들을 진정으로 품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한국인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도록 힘쓰기를 호소합니다.

4.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진정한 난민들은 OECD 국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적극 수용하기를 호소합니다.

5. 우리 정부와 사회는 과거 일제 식민지와 독재 정권 시절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그네로 해외 각국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며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시절을 기억하여 찾아온 난민들을 따뜻하게 받아 최선을 다해 보살펴주기를 호소합니다.

그의 거룩한 처소에 계신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시라(시68:5)

2017.12.19.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이성구 목사 외 참가자 일동

 

 

김경희 홍성표 풀륫과 기타 듀엣 연주회
성탄예배하는 난민들
난민들에게 성탄 선물 전달하는 한목협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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