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목사(원주신촌감리교회 담임, 예배학 박사, 백석대 외래교수)

2017년 12월 31일은 주일이면서, 송구영신예배가 있는 날이다. 송구영신예배의 준수여부와 그 필요성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글을 읽었다. 송구영신이 한국적 무속신앙의 배경 하에서 시행된 것이라, 미신적(주술적)이고, 기복적인 신앙을 부추기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말씀 뽑기와 새해를 맞아 축복, 안수기도 같은 것을 행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예배학적인 관점에서 이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보고 싶다. 한국교회에서 송구영신예배의 기원은 한국에 온 감리교 선교사들에 의해 소개되어 장로교인들과 함께 1887. 12. 31.에 최초로 드려졌다고 알려져 있다. (Kim, Kyeong Jin, "The Formation of Presbyterian Worship in Korea, 1879-1934." (Th.D. Dissertation, Boston University,1999), 44-45 참조.

그러나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들에 의해 드려진 송구영신예배의 기원은 더 오래되고 그 의미 또한 깊다. 예배학계에서 송구영신의 실제적 기원은 존 웨슬리의 언약갱신예배(John Wesley' Covenant Service)에 그 뿌리를 두는 것으로 인식한다. 웨슬리는 1747년 성탄절에 "우리들 자신을 하나님에게 전적으로 드리고 매 순간 우리의 언약을 새롭게 하여 주님이 우리의 하나님이 되시도록 해야만 한다" 고 언급하며, 1755년 8월 11일에 시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일기에 따르면, 언약예배는 때를 정하지 않고 다양하게 드려졌다. 그러다가 그의 말년에 언약예배는 새해 첫날, 혹은 첫 주일에 시행되었다. 웨슬리는 언약예배를 설정할 때, 장로교 목사 조셉 알레인(Joseph Alleine)의 작품들(An Alarm to the Unconverted; Directions for Believers Covenanting with God)을 참조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웨슬리는 신명기 26:17~18; 예레미야 31:31~34 등의 성구로 언약예배를 정당화한다. 이 언약예배는 교인들에게 쉽게 인식되지 않아, 웨슬리는 그 의미와 목적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웨슬리 사후에, 언약예배는 많은 부분 개정되었지만, 오늘의 영국교회는 대부분 웨슬리의 언약예배(순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해 첫날, 첫 시간에 드리고 있다. 현재, John Wesley' Covenant Service(예배순서)는 개정성서정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 1992)에 기초하여 작성된 Hoyt L. Hickman 외 , "The New Handbook of the Christian Year", 78-84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교회력에 따라 예배하기』라는 책을 참고할 수 있다.

언약예배의 핵심은 세례갱신언약처럼, 하나님 앞에서 맺은 언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함을 회개하고 다시 언약을 새롭게 갱신하자는 회개와 갱신의 의미를 담는 예배라 할 수 있다. 아펠젤러와 언더우드 등, 초기 한국교회 선교사들이 공유하여 시행한 송구영신예배는 분명, 이 웨슬리 예배전통의 인식하에 진행되었다고 보는 것이 예배학계의 입장이다.

송구영신예배는 주술적이고 미신적인 토대위에 드려진 예배가 아니다. 따라서 이 예배를 준비하고 드리면서, 그런 요소들을 도입하여 이 예배의 본질을 벗어나는 일이나 요소를 시행하는 일은 유의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이 같은 개연성 때문에 송구영신 예배를 배제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언약갱신예배로서의 송구영신예배는 한해를 돌아보며 성경과 예배전통위에서 신자로서 언약의 준수여부를 성찰하는 회개의 예배이어야 한다. 새해를 허락하신 하나님 앞에 신자로서 언약의 새로운 갱신을 시도하는 실제적인 예배여야 한다. 또한, 하나님의 용서하심의 은혜를 수용하고, 신자간의 진정한 화목을 시도하는 화해의 예배어어야 한다. 송구영신예배는 이미 받은 하나님의 은혜(복)를 회상하며, 하나님앞과 신자간의 언약을 기억하고, 성찰하며 갱신하는 참된 예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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