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에 희생된 공정성, 2030세대 민심이반

최근 논란이 됐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문제가 확정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지난 20일(현지 시간)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 선수 3명 무조건 출전, 한국 선수 3명은 벤치 신세

IOC가 발표한 '올림픽 한반도 선언(Olympic Korean Peninsula Declaration)'에 따르면, 남북단일팀은 우리나라 선수 23명과 북한 선수 12명을 더해 총 35명으로 늘었지만, 북한 선수가 매 경기 최소 3명이 출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아이스하키팀 감독의 전략과 전술, 선수 개인의 기량과 상관없이 북한 선수 3명이 무조건 출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한국 선수 3명은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그동안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줄곧 "우리선수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다. 최소화할 것이다"고 말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2030 세대를 포함한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았다.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제공

게임을 뛰는 선수에게 1분 1초가 소중한데...

이것이 국민 눈높이, 공정한 기회와 공평, 촛불 민심을 그토록 운운했던 문정부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 주는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은 물거품이 되었다.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4년 아니 평생을 기다려온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눈에 피눈물이 맺히게 생겼다. 문화체육관광부 당국자들이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에게 사전에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남북 단일팀이라는 대의(大義)에 ‘무조건 따라오라’고 강요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여자 하키 대표팀의 세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은 남북 단일팀 구성 소식을 기사를 통해서 알았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선수들은 박탈감으로 고통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여자 하키 국가대표팀의 세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 탈락한 이민지 선수는 "선수에게는 게임을 뛰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라며 '남북단일팀'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던 머레이 감독의 바람도 무시됐다. 남북단일팀의 의의를 살린다는 이유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허수아비 사령탑을 만들고 스포츠를 정치 쇼로 둔갑시켰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70)씨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키로 한데 대해 “이번엔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며 쓴 소리를 던졌다고 한다.

2030세대 민심이반

지난 11일 국회의장실과 SBS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2%가 “남북 단일팀을 무리해서 구성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20대의 82.2%, 30대의 82.6%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시했으나 이 정부는 그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급조된 단일팀을 구성했다. 

지난 22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4.6%포인트 떨어진 66.0%를 기록했다. 북핵 문제 등으로 취임 후 최저치(65.6%)를 기록했던 9월 셋째 주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특히 지난 4개월 사이 20대(76.5%→71.2%)와 30대(80.4%→73.1%)에서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결국 사상 첫 올림픽 참가라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부푼 꿈과 기대는 '대의'에 의해 짓밟혔다. 소위 남북 단일팀이라고 하는 대의는 더 크고 귀한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훼손하고 대통령의 약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큰 소리로 말도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을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세상 권력자들의 약속은 늘 말뿐이지만 하나님의 약속은 꼭 이루어진다. 공평하신 하나님께서 그대들의 땀과 눈물을 헛되게 하지 않으시고, 반드시 공정하게 갚아주실 것이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끝까지 달려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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