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2005년 7월 4일 발표했던 <고신 교단  현 상황에  교단 출신 교수들의 성명서> 전문입니다. 이미 1년이 지났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성명서를 낸 뒤 공감을 표시해 준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교단 신문 사설에는 성명서 내는 데 소요된 종이 값이라도 교단 회생을 위해 헌금하라는 충고도 있었습니다. 지나놓고 보면 빈들의 소리였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성명서 작성과 서명에 참여했던 교수들은 지금도 고신교회가 거듭 나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났지만 이런 목소리가 있었음을 기억하는 자료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강영안    
     

고신 교단 현 상황에  대한 교단 출신 교수들의 성명서

고신 교단이 회복 불능의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복음 병원 부도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없고 고신대학교 학내 갈등은 총장 직무 정지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신학대학원에 가해지는 외부 압력과 일부 교수들의 일탈 행위는 교계 언론에까지 거론이 되고 교단 지도자들의 부도덕성은 성도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현 상황을 더욱 절망적으로 만드는 것은 위기 원인과 위기 타개 방안에 대한 교단 지도자들의 인식이다. 교단 지도자들은 고신 교단 위기 원인을 교육부의 관선 이사 파송과 이에 따른 복음 병원 부도 사태에서 찾고 있고 병원 회생과 재단 회수가 마치 그 해결책인 것처럼 주장한다. 대단히 잘못된 현실 인식일 뿐 아니라 대다수의 교단 목회자와 성도들을 오도하는 행위이다. 더구나 교단 지도부의 언로 차단과 정보 독점으로 현 교단 사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교단 소속 대부분의 교회는 교단 문제에 대해 점점 더 관심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선 이사 파송과 복음병원 부도 사태는 고신 교단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우리는 교단 지도자들의 부도덕성과 무능력, 교단 기관을 맡은 책임자와 관련 인사들의 안이함과 불성실, 영성 부재와 불신앙이 현 고신 교단이 처한 어려움을 만들어 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려학원 재단 이사회가 대학과 병원 운영의 전문성이 결여된 교단 목사와 장로로 구성될 때부터 경영 부실의 씨앗이 벌써 뿌려져 있었다. 병원은 교단 인사들의 이권의 장이 되었고 인사 청탁과 사채놀이의 마당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복음병원은 고신 교단의 우상이었고 교단 지도자들을 타락시킨 온상이었다. 오죽했으면 어느 원로 목사께서 복음 병원을 일컬어 ‘보물단지'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었다고 말했겠는가.
    
우리는 교단 목사들의 파벌 정치도 고신 교단 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돼지파',  부곡파'가 번갈아 교단 정치의 세력권을 형성하더니 새 천년이 시작할 즈음에는 다시 '돼지파'와 '개혁파'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여 주었다. 계파 등장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으나 계파 정치는 결국 교단 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개혁파 인사들의 지지로 고신대 총장이 되었던 분은 임기도 마치기 전에 반대파들의 집요한 공격에 따라 사임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현 총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며 신대원 원장조차도 대내외의 압력에 따라 곧 사임한다는 소문이 있다. 교단 내 왜곡된 계파정치는 고신대를 이제 거의 해체 위기에까지 몰아가고 있으며 신대원 교수들 간의 불화도 치유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고신 교단 위기가 결국 지도자들의 부도덕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총회 때마다 부정한 선거 운동설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지도자들은 복음병원에 사채를 빌려 주고 높은 이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지도자는 배임의 의심을 받기도 한다. 신대원 어떤 교수에 대해서는 공금횡령과 입시부정의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총회 신학부는 어느 교수의 신학 사상을 두고 신대원 교수들 각각의 신학적 입장을 밝히도록 강요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도 성도들을 아연케 하는 일은 총회장과 이사장을 지낸 목사들이 법원으로부터 3년 징역과 4년 집행유예를 받고도 여전히 교회와 교단 중책을 맡고 있는 일이다. 관례에 따라 차기 총회장이 될 분은 문서 위조 혐의를 받고 있다. 교단 지도자의 모습이 이처럼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재 고신 교단의 실상이다. 우리는 고신 교단 지도자들이 과연 살아 계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신자들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이런 상황을 두고 현재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참으로 침통하고 슬픈 마음으로 교단 지도자들과 목회자들, 교단에 관심 가진 성도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첫째, 우리는 무엇보다 고신 지도자들의 진정한 회개를 촉구한다. 우상숭배에 민감한 교단이면서도 눈에 보이는 우상은 거부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권과 돈의 우상을 섬겨왔음을 고신 지도자들은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도덕성 회복, 영성 회복이 무엇보다 선결 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 고신 교단이 총체적으로 맞고 있는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이권과 교권에 관련해 온 교단 지도자들은 입으로 회개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책임을 지는 일로 회개해야 한다. 병원 부실 경영에 직, 간접으로 관여한 전임 이사장들과 이사들, 감사들은 누구보다 그 죄과를 먼저 인정하고 목회 외의 모든 공적 직책에서 물러남으로 회개의 열매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고신 교단이 늘 말해온 '신앙의 보수와 생활의 순결'을 회복하자면 병원 부실화의 원인과 현재 거론되는 의혹의 진상을 무엇보다 정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만일 특정한 인물들에게 책임이 있다면 그들에게 법적, 물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신대원 갈등 사태도 특정 계파의 관점에서 벗어나 좀 더 객관적이고 엄정한 기구를 통해 정확한 사실 규명을 해야 한다. 부총회장의 문서 위조설에 관해서도 적어도 가을 총회 이전에 명백한 사실 규명이 이루어져 만일 부도덕함이 밝혀질 경우 총회장이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교단 교회 안에 퍼져 있는 교단 지도자들에 대한 깊은 불신과 냉소적 태도는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복음병원은 서둘러 삼자 인수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고신 교단은 병원을 경영할 능력이 없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병원 운영과 단설 의과대 설립에 관심 있는 교단 내 인사나 일반 기업체에 복음 병원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교단 직영이나 위탁 경영은 현명한 대안일 수 없다. 설사 교단이 병원을 다시 맡는다고 해도 누적 적자와 체불임금, 이해당사자들의 집단이기주의 등의 문제로 병원의 회복은 어려우며 정상적 경영을 위해 필수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능력이 교단에 없다고 판단된다. 복음 병원 처분은 고신 교단의 상실된 영성을 회복하고 지금까지 섬겨온 우상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심령이 가난한 자’의 모습으로 오직 하나님만 의지할 수 있는 교단으로 거듭 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넷째, 우리는 고신 신학교수들이 정직한 회개와 영적 각성, 참다운 성도다운 화해와 형제 사랑, 교회를 선도할 수 있는 신학적 진취성과 방향성을 보여주기를 호소한다. 참된 회개와 영적 각성, 교수간의 신뢰와 화목 없이 건전한 신학 작업은 기대될 수 없고, 건전한 신학 작업 없이 고신 교단의 미래는 없다. 그러므로 고신 신학자들은 신학생들의 모범이 될만한 인격을 가지도록 힘써야 하며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문화와 사회 변화와 함께 숨쉬면서 교회를 선도할 수 있는 신학 작업에 혼신을 다해 주길 부탁한다. 또한 교단은 신학적 발전을 위해 신학 교수들의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며 연구 여건을 제공하여 미래 목회자들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우리는 젊은 목회자로부터 원로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고신의 '미스바 회개 운동'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각 노회별로, 지역별로, 목사와 장로, 전임 사역자와 평신도가 함께 모여 고신의 잘못된 과거와 현재를 회개하고 새로운 세기의 새로운 도전에 책임 있게 응답할 수 있는 교단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하나님 앞에 간절히 구하자. 이와 아울러 교단의 현안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시급하게 마련되기를 촉구한다. 각 노회 중심으로, 거교단적으로 회개할 것은 철저히 회개하고 새롭게 다짐하고 실행해야 할 것은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의견 표명에 참여한 우리는 아무런 특권 의식이 없음을 분명히 밝혀 둔다. 우리는 모일 때마다 눈물로 회개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던 학생신앙운동(S.F.C.) 출신으로 고신 선배들의 신앙에 빚진 자들이다. 우리의 현실 인식과 주장에 잘못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의 의견을 교단 기관지 <기독교보>에 유료 광고물로 게재하고자 했으나 게재 거부로 다른 매체를 이용하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고신 교단 언론의 폐쇄성을 실감하며 교단 언론 개혁과 인적 쇄신 없이 교단 갱신은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2005년 7월 4일
                                
고신 교단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교수들

(가나다 순에 따라) 강영안(서강대) 권진회(경상대) 김병연(서강대) 김유신(부산대) 김중락(경북대) 남송우(부경대) 문계완(경북대) 박윤배(경북대) 박성훈(부산대) 박영태(동아대) 배종석(고려대) 백종국(경상대) 손봉호(서울대 명예교수) 오세창(계명대)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 이대식(부산대) 이세재(금오공대) 이용권(부산대) 이충열(경원대) 정인철(부산대) 조병진(싱가포르국립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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