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사랑
                                
지난 7월19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거부한 법안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법률이었다. 그는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해 “줄기세포 연구가 다른 사람들의 의학적 이득을 위해 무고한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상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열망으로 가득한데, 이와 관련된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보수주의자로, 때로는 근본주의자로까지 비난을 받고 있는 사람인데 이로 인해 인기가 더 떨어지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인명이 살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아의 생명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부시에게 나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한편 나는 먼저 미국 의회(상원)가 배아줄기세포의 연구를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하였다는 것에 대해 크게 실망을 느꼈다. 대부분이 기독인들인 그들에게도 생명에 대한 이해와 생명 주권에 대한 외경이 부족했다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머지않아 미국까지 배아줄기세포의 연구를 국가가 지원하게 될 것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한계가 있음으로 시간문제일 뿐이다- 생명공학은 한계 없는 교만과 욕심으로 바벨탑을 쌓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연구에서 논란의 핵심이 되는 질문은 “배아도 사람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모든 인간이 배아로부터 그 존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잉태로부터 출산까지, 그리고 출산으로부터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느 한 순간도 인간이 아닌 적이 없다는 말이다.
잉태 후 마침내 인간이 되는 어떤 기점이 따로 없다. 인간으로 잉태되고, 인간으로 자라고, 인간으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참으로 놀라운 우주적인 사건인 한 생명의 탄생의 기점은 바로 잉태의 순간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에 대해 누가 “인간이 되는 것은 수정 후 14일째부터다” 혹은 “12주 후부터다”라고 스타트 라인을 정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기독인 과학자들은 대부분 다 “배아는 인간이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한다든지, 배아 그 생명자체를 목적으로 생각지 않고 이를 어떤 다른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적, 과학적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논문조작’의 비윤리성만 기억하고 있을 뿐 생명의 실체에 대한 이해와 그것에 접근하는 과학적 비윤리성에 대한 인식은 별로 없다.
배아의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여성의 난자가 필요하다. 이 난자를 얻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이를 얻으려 할 때는 많은 부작용과 위험이 뒤따른다. 거기다 하나의 줄기세포를 얻는데도 엄청난 숫자의 난자가 필요하다. 또 이 난자에다 수정을 해서 배아가 만들어져도 배아의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반드시 작은 아기인 배아를 죽여야 한다. 황 교수팀은 무려 2천여개의 난자를 사용하고서도 줄기세포 추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줄기세포를 얻는데 성공했다 해도 그것을 바로 난치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폐일언하고, 자신의 질병치료와 목숨의 연장을 위해 생명체를 부품처럼 사용하려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런 욕망에 이용되는 과학은 결코 선이 될 수 없다. 이는 생명 사랑에 역행하는 일이요, 생명 주권에 대한 무서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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