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에게 탁월한 조수 한 사람이 있었다. 시인 지망생이었던 에커만이란 사람이었다. 괴테의 작품에 매료된 후에 자신이 직접 쓴 글 하나를 괴테에게 보내면서 만남이 시작된 사람이었다. 괴테에게 완전히 매료된 에커만은 거의 3년간 곁에서 괴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된다. 괴테를 만나고 그의 사상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 그는 시인의 길을 조금도 주저함 없이 접었다. 다면체처럼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라고 평가했던 괴테가 죽을 때까지 무보수 조수를 자처하면서 에커만은 괴테의 작업을 도왔다. 약 1000일에 이르는 일기가 책으로 편집되었다.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라는 책이다.

그 책에 기록된 한 에피소드에 눈길이 멈추었다. 어느 날 괴테가 경매에서 푸르고 아름다운 중고의자 하나를 사온다. 그런데 한번도 그 의자에 앉아보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를 에커만에게 이렇게 들려주었다. '그 의자에 앉는 순간 안락함에 안주할까 두려웠기에 평생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이었다.

부럽고 아름다운 인생의 길이었다. 의자에 앉는 순간 그 안락함에 자신의 삶을 맡겨버릴까 두려웠다는 그의 정신의 푸르름이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평생 자신의 삶의 길을 느슨함으로 늘어지게 만들지 않고, 죽음의 문턱에 이를 때까지 팽팽하게 긴장된 현으로 삶의 소리를 가다듬어 온 것이다. '푸르고 아름다운 의자' 그것은 바로 괴테의 정신을 살아있게 만드는 죽비였다. 푸르고 아름다운 의자를 볼 때마다 편안함을 꿈꾸기보다 정신을 더욱 푸르게 가다듬었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대가라 불리움을 받게 된 것이겠다.

삶은 언제나 편안함에 길들여지기 쉽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다. 언제나 깨어있기는 쉽지 않다. 주님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제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는가? "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시동안도 깨어있을 수 없더냐?" 우리는 그런 존재이다. 한시도 깨어있기 어려운, 편안함에 너무도 강력하게 길들여져 버린 존재다.

그러나 그런 존재라 말하면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우리를 일으켜야 한다. 봄의 춘곤증으로 늘어지는 삶의 현을 바짝 조일 필요가 있다. 성령의 강한 바람으로 우리의 잠든 영혼을 깨워야 한다. 성령의 단비로 푸르름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성령이여 오소서! 가물어 시든 내 영혼을 깨워주옵소서!

에커만이 부럽다. 괴테에 매료되어 무보수 조수를 자처한 그가 부럽다. 일을 맡을 때마다 대가 없이는 못하겠다고 말하는 내가 부끄럽다. 괴테가 부럽다. 푸르고 아름다운 의자에 앉아보지 못한 그가 불쌍한 것이 아니라 못내 부럽다. 아름다운 의자보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 자신의 평생 맡긴 괴테가 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개나리 샛노란 이 봄날 영혼을 깨우는 아름답고 푸른 의자 하나 구하러 나가봄은 어떨까? 그리고 딱딱한 나무 의자 하나까지, 샛노란 개나리 져버리기 전에!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