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히스파니올라 섬을, 아이티(서인도 제도의 공화국)와 공유하고 있다. 산토도밍고는 콜럼버스가 1492년 최초로 상륙했던 곳이다. 콜럼버스는 이곳에 스페인의 규범과 로마 가톨릭 신앙, 유럽의 질병을 들여놓았다. 그 결과 주민 절대다수가 스페인 침략자들과 프랑스인 이주자들, 아프리카 노예들의 후손으로 구성돼 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는 식민주의 시대 이후의 역사를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다. 유명한 가톨릭 선교사 바돌로매 들라 카사스는 이곳 사람들의 노예생활을 목격하고 회심을 체험했다. 그는 교회의 원주민 학대에 항의했다. 그의 목소리는 악행에 대한 최초의 항변이었다. 하지만 흑인 노예 제도까지 반대하지는 못했다.

교회는 교훈을 더디 배우는 경향이 있다. 100년 전 자유감리교회 창설자 벤저민 로버츠는 이런 글을 남겼다. “세상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도 그 이해는 불완전하다.” 그렇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신비롭게, 때로는 천천히 일하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기약대로”(롬 5:6) 세상에 오신 것처럼 복음이 어떤 문화 속에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데는 장구한 세월이 걸린다.

오늘날에도 복음으로 철저하게 변화된 문화는 없다. 또 철저히 기독교적 국가도 없다. 인구의 다수가 크리스천임을 주장하는 사회에서도 인종차별, 무비판적 애국심, 물질주의가 판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도 복음을 통해 개신교 인구가 12%로 올라섰지만 가난과 부정, 물질주의가 만연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일하신다. 하나님은 역사를 통해 지금까지 일하고 계신다. 영혼이 구원받고 교회가 세워질 뿐만 아니라 하나님 통치의 증거인 ‘정의’와 ‘샬롬(평화)’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교인 이상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통치의 중개자다. 이사야와 요한계시록 등에는 하나님 나라에 관한 위대한 약속들이 들어 있다. 그 약속에 나타난 혁명적 변화를 이해하고 옹호하고 이를 위해 일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이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자로서, 또 그 나라의 중개자로서 사회 각 분야에서 하나님 나라의 표징들을 일으켜야 한다.

교회가 노예 제도와 군사적 정복 등에 적극 저항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증하고 있다. 피조세계를 돌보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에 반하는 죄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이 사실에 눈을 뜨고 있다. 환경 보전은 하나님 나라 명령의 일부다.


번역 김춘섭 예수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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