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소장 정일웅, 전 총신대 총장)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제주올레기도원에게 개최한 2018 제3회 목회자 컨퍼런스에서 정주채 목사가 발표한 것이다.

코메니우스연구소는 17세기 유럽에서 활동했던 보헤미아 출신 기독교교육학자 요한 코메니우스(Johann Amos Comenius)의 교육학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코메니우스는 모든 인류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범교육(Pampaedia)이란 교육방법론을 제시한 교육학의 대가로 알려졌다.

“한국교회,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회복하라!(행2:43-47)”는 주제로 열린 이번 목회자컨퍼런스의 강사로는 김영한, 박조준, 신현철, 유석성, 이말테(Malte Rhainow), 이석성, 정일웅, 정주채 목사 등이 나섰다.

 

정주채 목사

1. 교회분립개척의 의의

 

1-1. 성장주의 극복

필자는 한국교회를 이렇게 타락시키고 쇠퇴하게 만든 주원인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성장주의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성장을 추구하는 성장주의가 한국교회를 병들게 만들었고, 교회를 쇠퇴케 만들었다. 교회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니지만, 이를 추구하는 목회자들이 거룩함을 잃어버리고 세속주의에 오염되면서 역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영혼 구원보다는 교회성장에, 생명보다는 숫자에 관심이 더 집중되었다. 그리고 목회자들이 교회성장 자체보다 이를 통하여 주어지는 세속적인 명예와 권세에로 경도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교인, 큰 교회당”은 우상이 되었다. 한 마디로 바벨탑 운동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전도는 사람 모으기 운동으로 전락하였고, 교회 밖의 사람들은 교회가 하는 전도를 상업적인 판촉행위로 오해하기까지에 이르렀다. 필자는 이런 잘못된 성장주의를 극복하고 교회를 세우신 주님의 목적에 충실해지려는 방법의 하나가 교회분립개척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주의는 일부의 목회자들이 가진 불건전한 사상이 아니다. 거의 모든 목회자들이 여기에 휩쓸려있다. 필자도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을 시작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내적 외적으로 압박을 받았던 것이 바로 교회성장 곧 교회의 양적인 부흥이었다. 교인 수에 대한 관심이 항상 필자를 압박했다. 그리고 겉으로는 필자가 말하는 부흥이 단순히 양적인 부흥이 아니라 영적인 부흥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양적 부흥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해야 했다. 따라서 필자가 교회분립개척을 주장하게 된 첫 번째 동기는 필자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목회를 조종하고 있는 이 성장주의를 극복해보자는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교회분립개척을 실행하면서 이것이 가진 좋은 점들을 더욱 많이 발견하였다.

 

1-2. 안정적인 교회개척

교회분립이 교회개척의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지금은 예배 장소를 준비하고 교역자를 파송한다고 해서 교회가 세워지는 때가 아니다. 특히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고 큰 위기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옛날식의 교회개척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성 신자든, 초신자든, 구도자든 누가 썰렁한 자리에 앉아 제대로 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겠는가? 모 교회는 재정지원뿐 아니라 교역자와 함께 교회개척에 뜻을 가진 교인들을 함께 파송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처음부터 안정된 가운데 시작하여 본래의 사명에 충실할 수 있다.

필자는 교회를 개척한 후 거의 순교적인 고생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종종 만난다. 그들이 처음에는 복음전도의 불타는 사명감과 큰 비전을 가지고 교회를 개척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매월 득달처럼 다가오는 월세와 관리비 때문에 새벽기도의 주요 내용이 ‘당장 돈이 필요한데 이를 어디서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였고, 심지어 생계유지까지도 위협을 당하면서 마음에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라는 원초적인 염려로 채워지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한없이 초라해지고 허망해졌다고 한다. 그렇다. 자칫 교회개척이 영구적인 미자립교회를 설립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목회자들을 성직자가 아니라 생계형 직업인으로 내몰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목회자와의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개척교회에 참여하게 된 소수의 교인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영육 간에 탈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교회개척을 그야말로 맨바닥에서 시작하게 되면 교회가 자립이 될 때까지는 오직 서바이벌하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립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어 비신앙적인 것은 물론 비윤리적인 일들까지 많이 저지르게 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교회분립개척은 이런 부작용을 막고 처음부터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1-3. 교회 건강성 제고

교회분립은 교회개척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임과 동시에 교회를 더욱 건강하게 가꾸어가는 방안이기도 하다. 대형교회라고 해서 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가 대형화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위험이 동반된다. 가장 첫 번째 문제는 기독교 신앙의 터요 기둥인 그리스도의 주되심(the Lordship)에 대한 신앙고백이 약화되거나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의식하는 목회자도 교인도 많지 않지만, 필자는 성장주의와 함께 이것이 한국교회를 타락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목회자의 탁월한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의해 대형화된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 때론 담임목사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 교회의 로드십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가 가진 영적 권위는 동시에 실제적인 권력을 수반하게 되는 데, 이런 중에서도 끝까지 겸손을 견지할 수 있는 목사들은 많지 않다. 담임목사가 주님처럼 떠받음을 받는 교회에서 목사가 스튜워드십(stewardship)을 계속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이다. 리더십에서 스튜워드십이 약해지면 교회의 건강도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대형교회가 갖기 쉬운 문제 중 하나는 성도의 교제가 현저히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도들이 서로를 알고 사랑하며 섬기는 삶의 공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피로 거듭난 성도들의 공동체다. 이 공동체는 바로 하나님의 권속이요 영적인 가정이다. 이것은 교회가 가진 본질적 특성이요 교회의 정체성이다. 구원이란 개개인이 새 생명을 얻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이요 하나님나라가 임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인들이 이것을 교리적으로는 인정하지만 삶으로는 고백하지 못한다.

교회들마다 소승불교인들처럼 홀로 신앙생활 하는 익명 교인들, 주일예배에만 참석하는 교인들이 많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도시화로 급변하면서 한국교회 전체가 이미 오래 전부터 당면하고 있는 교회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적으로도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교회는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공동체인데 오히려 세상이 좇는 물량주의에 휩쓸려 공동체성이 약해져버렸다. 기계에서 기계로(machine to machine)의 사회일수록 얼굴과 얼굴을 대하는(face to face) 인격적인 만남이 더욱 중요하고 필요한데 교회가 이를 잃어가고 있다. 교회의 교회됨 곧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한 중소형교회를 많이 세워야 한다. 교회분립은 이를 위해서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형교회들은 교회분립을 통해서 교회 공동체성의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

 

1-4. 평신도 사역자 개발

교회분립개척은 잠자는 일꾼들을 깨워 분발시킬 수 있다. 어느 교회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잠자는 일꾼들이 있다. 리더십에 대한 불만 때문에, 다른 교우들과 깨어진 관계 때문에, 혹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어서 뒷자리로 물러나 있는 교인들이 있다. 교회분립은 이런 사람들을 일깨워 열심 있는 봉사자들로 서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큰 교회들에서는 새로운 일꾼들을 개발하여 세우는 일도 쉽지 않다. 교인들끼리 서로 얼굴도 잘 모르니 각자가 가진 은사들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직분자를 선택하여 세우는 일도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이런 분위기가 오래 가면 교회직분을 세속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타락이 보편화될 수 있다. 사실 한국교회는 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소형교회에서는 교인들이 친밀한 교제를 통하여 서로 잘 알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자들을 분별하여 합당한 자들을 세울 수 있다.

 

1-5. 모교회의 영적 쇄신

분립개척은 분립되는 자매 교회뿐 아니라 분립하는 모교회도 영적인 쇄신과 부흥을 이룰 수 있다. 교회를 쇄신하여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나 몇몇 장로들의 독특한 리더십 때문에 교회가 영적으로 정체되거나 심한 경우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교회분립은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국교회의 지난 역사는 분립이 아닌 분열의 역사로 점철돼왔다. 싸우다가 분열하는 것은 많은 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고 밖으로는 전도의 문을 막는 비극이 된다. 교회를 설립하는 적극적인 믿음과 복음전도의 열정으로 교회를 분립할 수 있다면 이는 일석삼조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 교회분립개척 사례

교회분립개척은 이미 여러 교회들이 해왔기 때문에 그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여기서는 필자가 직접 실행하였거나 시무했던 교회가 실행한 경우만 간략하게 소개한다.

 

2-1. 교회분립개척의 정책수립

필자는 1982년에 잠실중앙교회에 부목사로 부름을 받았는데 부임해보니 교회는 교회당 건축의 후유증으로 갈등 중에 있었다. 이 갈등은 계속되어 3년 동안이나 폭력이 난무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담임목사와 모든 장로들은 노회로부터 징계를 받고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는 이변이 있었고, 담임목사가 된 후에도 교회의 내분과 갈등은 비록 수면 아래이긴 했으나 수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런 시련을 겪는 동안 필자는 과연 교회가 무엇이며, 목회가 무엇인가를 놓고 근원적인 회의와 의문에 빠졌고, 오랫동안 그치지 않는 고민 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영적인 고통을 겪었다. 당시 필자는 서점에 나가서 “교회”나 “목회”란 말이 든 책이 있으면 무조건 사다 읽으며 공부하였고 목회학 박사과정에 들어가 교회론을 연구하며 그 해답을 얻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1988년에는 교회로부터 안식년을 허락받아 6개월 동안 영국에 있었는데 그 곳에서 피폐해진 교회들을 보며 더 큰 혼란 속에 빠지기도 하였다.

안식년에서 돌아온 필자는 장로들과 안수집사, 그리고 각 기관의 회장들을 모아 필자의 고민들을 함께 나누며 건강한 교회란 어떤 교회인가에 대한 토의를 시작했다. “성경이 계시하고 있는 교회상은 무엇인가? 이런 교회를 세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 교회의 성장목표는? 우리 교회가 선교, 교육,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서 주력해야 할 사업은?” 이런 질문들을 제목으로 삼아 조(組)를 나누어 토의를 했다. 그리고 함께 모여 조별토의의 결과들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종합토의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토의한 것들을 정리해서 자료를 만들고, 이것들을 근거로 다시 참가자들을 크게 확대해서 전과 같은 형식으로 토의를 하여 내용을 보충하고 구체화하였다. 이렇게 교회갱신과 진정한 교회성장을 위해 토의를 진행하는 중에 많은 일들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3년 단위로 한 교회씩을 개척하자는 것과 특별히 주일예배 성인출석수가 1,500명이 넘으면 교회를 분립한다는 것이었다.

분립의 이유는 우선 교회당이 작아서 1,500명 이상을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또 교회당을 증축하거나 이전하는 것보다는 분립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경제적이라는 것이며, 셋째는 한국교회의 건강한 부흥을 위해서는 대형교회보다는 건강한 중소형교회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교인수는 약 600여명이었다. 그리고 그 때 우리가 만든 표어 중 하나는 “우리는 건강한 중소형교회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2-2. 제1차 분립 - 분당매일교회

교회분립개척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1989년이었지만 첫 번째로 분립개척을 시도한 것은 1993년이었다. 이 때는 성남시 분당지역이 개발되어 아파트로 신도시가 이루어졌을 때였다. 우리 교인들 중에도 그곳으로 이사하는 가정들이 더러 있었다. 그래서 이사한 가정들을 중심으로 그곳에 교회를 개척하자는 결정을 했다. 상가 건물에서 100여 평의 홀을 분양받아 예배실을 마련하고 지방에서 목회하다가 수도권에 개척을 하고 싶다며 올라온 후배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여 교회를 설립하였다. 그때 새 교회에 참여한 잠실중앙교회의 교인은 12 가정이었다.

그러나 1차 분립개척은 성공하지 못했다. 교회개척은 이루어졌으나 교회분립이라는 본래 취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척에 참여한 교인수가 너무 적었던 데다 참여했던 12 가정의 교인들도 대부분 모교회로 다시 돌아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담임목사의 리더십이 독특했고 거기다 그는 전형적인 성장주의자여서 파송된 교인들이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 교회는 계속 성장하여 수적으로는 중형교회가 되었다. 그런 중 안타깝게도 그 담임목사는 과로로 인한 패혈증으로 50대의 젊은 나이에 소천하였다.

1차 분립의 실패에서 우리가 배운 것이 많다. 첫째 파송할 교인들을 무조건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강제하였다는 것이 잘못이었고, 둘째는 교육과 홍보 부족으로 분립교회에 참여한 교인들이 적었으며, 셋째는 담임목사를 청빙하면서 그가 분립개척의 의의와 정신에 동의하는지를 확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대한 불찰이었다.

하늘에서 본 향상교회당 전경 @ 사진 이용복

 

2-3. 제2차 분립 - 향상교회

매일교회의 분립에서 얻게 된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향상교회의 분립준비는 처음부터 몇 가지 확실한 원칙을 정하고 시작하였다. 그것은 먼저 주일낮예배에 출석하는 성인교인수가 1,500명을 넘으면 분립을 하되 당회원 1/3, 교인수 1/3을 파송하고, 교회재산도 1/3를 나누어주는 것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분립되는 교회에 파송할 교역자를 염두에 두고 부목사들을 양성하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그들로 신학연장 교육을 받게 하였는데 주로 해외에서 3-4년 동안 수학하도록 했다. 드디어 1997년부터 주일낮예배의 회집수가 1,500명을 넘기 시작하면서 분립개척준비위원회를 조직하고 지역을 선정하는 일과 교회당 대지를 마련하는 일 등 구체적인 준비를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모교회와 가까운 잠실지역에 분립교회를 세우기로 작정하였으나 합당한 토지를 구하기가 힘들었고 거기다 땅값도 너무 비싸서 포기해야 했다. 그러면서 외곽 도시에서 찾다가 보니 모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용인의 구성읍까지 오게 되었다. 파송할 교역자로는 유학을 마치고 온 부목사를 염두에 두었으나 교회가 너무 멀어진데다 또 토지를 매입하면서 부채도 안게 되어 담임목사인 필자가 올 수밖에 없었다. 부목사를 파송해서는 동행할 교인들이 많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부채도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향상교회는 2000년10월15일에 잘실중앙교회가 파송한 240여명의 교인들로 시작되었다. 교인수는 본래 1/3을 파송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으나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자원하는 교인들로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당회원은 19명에서 7명이 참여하였고, 재산은 당시 평가액이 60억 원 쯤 되었으므로 그것의 1/3인 20억 원을 지원하였다. 첫 예배에는 잠실중앙교회에서 파송한 240여 명의 교인들과 분립교회가 시작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웃 교인들, 축하하러 온 교인들, 그리고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들까지 모두 합쳐 401명이 모였다.

향상교회를 분립하고 발생한 후유증들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모교회인 잠실중앙교회가 후임자 문제로 어려움을 당한 일이었다. 갑자기 담임목사가 떠난 데다 후임자로 내정하였던 부목사마저 담임목사로 취임하지 못하고 다른 교회로 이동하는 바람에 많은 교인들이 허탈감에 빠지는 아픔이 있었다. 모교회 교인들이 교회분립개척이라는 훌륭한 일을 하고서도 보람과 기쁨을 누리기보다 허탈감으로 고통을 느껴야 했던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담임목사가 떠나면서 후임문제를 확실하게 해놓지 못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2-4. 제3차 분립 - 온생명교회

온생명교회는 잠실중앙교회가 향상교회의 분립으로 필자가 떠난 후 만 9년째인 2009년 10월에 분립했다. 잠실중앙교회는 향상교회 분립 후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으나 재기하여 또 분립했다. 이 분립의 특징은 수도권교회개척협의회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분립개척을 우리 교회만 할 것이 아니라 여러 교회들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향상교회와 잠실중앙교회를 포함하여 다섯 교회로 수도권교회개척협의회를 조직하였다. 이 협의회 구성원은 다섯 교회의 담임목사들과 대표 장로들(10명)이었다. 그리고 다섯 교회가 해마다 돌아가면서 한 교회를 개척하기로 하고, 각 교회는 매년 일억 원씩을 그해에 분립개척을 실행하는 교회에 지원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 협의회를 통해 7년에 걸쳐 다섯 교회가 각각 한 교회씩 분립개척을 하는 열매가 있었다. 이 중의 하나가 온생명교회이다.

온생명교회의 설립에서 아쉬운 것은 교회당을 단독 건물로 마련하지 못하고 상가건물의 한 부분을 매입하여 시작한 것이었다.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되나 반면 전도의 어려움 때문에 개척 후 10년이 되기까지도 교회부흥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홀을 사서 분립한 다른 교회의 경우도 같은 현상인데, 우리의 이런 경험으로는 알게 된 것은 - 말할 나위가 없지만 - 사이즈가 크든 작든 교회당을 단독 건물로 시작해야 전도가 활발해지고 그 열매도 풍성해진다는 사실이다.

 

2-4. 제4차 분립 - 흥덕향상교회

향상교회를 설립하면서 우리는 교인들의 협의를 통해 주일성인출석수가 2천명을 넘으면 분립한다는 합의를 했다. 2천명의 숫자는 초대형교회의 문턱을 넘는 너무 많은 숫자이지만 목회자 개인의 결정보다 교회의 컨센서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인들의 합으로 일단 이런 기준을 정했다. 그러던 중 2010년에 이르러 교회설립 10주년 맞아 이를 기념하며 교회를 분립하기로 결정하였다.

먼저 부목사들 중에서 분립교회에 파송할 담임목사를 선정하고, 동행을 자원하는 두 명의 장로를 당회원으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교회당을 건축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던 끝에 마침 대한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하는 종교부지를 매입할 수 있어서 교회분립을 비교적 규모 있게 할 수 있었다. 토지를 매입하고 연건평 350평의 교회당을 건축하여 입당을 준비하는데 총 28억 원이 들었다. 이중에서 21억 원은 모교회가 부담하기로 하고 7억 원은 분립되는 교회가 담당하기로 하였다.

교회당 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한편으로는 분립교회에 참여할 교인들을 모집하였다. 교회가 공적으로 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할 뿐 아니라 이미 선정된 담임목사와 장로들로 하여금 교인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모집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집된 인원은 180명 정도에 그쳤고, 그런 중에도 막상 분립교회가 시작될 때는 가지 않은 교인들도 있고 또 갔다가 얼마 후에는 다른 교회로 떠나버린 교인들로 있어서 실제로는 150-60명 정도가 참여했다. 그러나 분립된 교회는 일취월장하여 3년 후에는 회집수가 300명을 넘었다.

 

2-5. 제5차 분립 - 준비 중

향상교회는 필자가 은퇴한 후에도 안정된 가운데 질적으로 양적으로 꾸준히 부흥하여 현재는 주일출석수가 약 2,500명이다. 새 담임목사가 교회를 위임받은 지도 5년째다. 당회는 지난 해 말에 정책 당회를 가지며 교회를 또 분립하기로 정책을 세웠다. 당회는 크게 세 개의 교회로 나누자는 제안을 했으나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700명 정도의 규모로 하나의 교회만 분립하기로 의견이 모아져서 이를 공동의회가 만장일치로 추인하였다.

현재 40여명의 제직들로 분립개척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여러 가지 실무적인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준비위원회와 당회가 의논하여 부목사 중에서 한 명을 담임목사로 선정하였고, 장로는 4명이 분립교회에 참여하기로 자원하였으며 현재 시무 중인 교역자들 중에서도 자원한 강도사 1명과 여전도사 1명도 파송키로 결정하였다. 역시 장소를 선정하는 문제가 쉽지 않아 대상지를 탐방하며 물색하고 있는 중인데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2018년) 연말까지 분립하는 것이 목표다.

 

3. 분립개척 시 고려할 사항과 준비과정

 

3-1. 분리할 수 있는 교회의 규모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진 교회라야 분립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필자에게는 확실한 대답이 없다. 필자가 잠실중앙교회에서 그리고 향상교회에서 분립에 대한 정책을 세우면서 각각 1500명과 2000명을 기준으로 정했지만 이런 숫자를 정하는 일에서 그 어떤 특별한 신학적인 의의나 이론을 고려하거나 참고하지 않았다. 다만 교회분립을 주창한 동기가 교회의 대형화를 지양하자는 것이었으므로 이런 “대형교회로의 성장을 지양하고, 건강한 중소형교회를 지향한다.”는 정도의 의의가 기본배경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생각 외에는 별다른 것들이 고려되지 않았고 현실적인 조건들이 주로 고려되었다.

우리는 당시 잠실중앙교회의 건물 사이즈나 주변 환경이 1,500명(전체 교인수는 약 2,500명) 이상을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교회당을 증축하거나 지역을 옮겨 새로 짓는 것은 건강한 중소형 교회를 지향한다는 분립정신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들게 되기 때문에 분립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하였고, 한편 이미 있는 건물을 100% 활용한다는 면에서도 1,500명이 맥시멈이라고 판단한 결과였다.

향상교회의 경우는 시작할 때 너무 크게 시작했다. 부채를 안으면서 일천 평도 더 넘는 큰 대지를 마련했던 것이다. 당시 이 문제로 필자와 장로들 간에 의견차가 있었으나 필자가 다수의 의견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땅값이 올라서 이전할 때는 세 배나 더 넓은 땅을 사게 되어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대형교회로의 길을 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교인들의 기대와 요구를 다소 조정한 것이 이천 명이었다.

사실 분립개척을 하려는 교회의 규모가 어느 정도라야 할까라는 것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많은 교인수나 재정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만약 교회의 리더십이나 다수의 교인들이 복음전도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거나 나아가 교회를 교회 되게 하자는 교회갱신운동에 대한 하나 된 믿음이 있다면 100명 정도의 교인수를 가진 교회라도 분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런 분립의 사례를 몇 건 알고 있다.

다만 교인수만 가지고 일반적인 기준을 정한다면 주일출석교인이 300-500명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통계적 근거를 가지고 하는 주장들은 아니겠지만,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하기에 적당한 교회 사이즈는 보통 300-500명이라고 말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교인수가 4-500명일 때 개인적인 케어가 가능하고, 이 정도 사이즈면 교회가 대내외적인 사역을 하는데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3-2. 준비과정

 

3-2-1. 교인들의 합의

교회가 무슨 일을 하든 교인들의 합의가 중요하다. 당회원 곧 목회자와 장로들이 분립개척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이를 교회에 알려 기도를 시작함과 동시에 교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것은 분립 여부에 대한 교인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회 분립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나아가 실제로 분립을 하게 될 경우 분립에 참여토록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분립이 결정되면 분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3-2-2. 당회의 분립

분립준비에서 첫 번째 할 일은 당회를 분립하는 것이다. 교회 분립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당회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새로 시작되는 교회에 최소한 시무장로들의 1/3 이상이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여기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먼저 자원을 하도록 하고 만약 자원자가 1/3에 미치지 못하면 제비뽑기로 그 수를 채울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시무장로들이 분립 교회에 참여하는가에 따라 교인들의 참여가 큰 영향을 받는다.

 

3-2-3. 담임목사 청빙

당회가 분립되면 바로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담임목사 청빙이다. 새 교회의 담임목사는 현재 교회에서 시무 중인 목사들 중에서 청빙할 수 있다면 좋겠고, 혹은 밖에서 청빙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쨌든 어떤 목사가 담임으로 청빙되느냐 하는 것은 교인들의 호응도에 역시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참여하려는 교인수가 너무 적을 경우 현재 시무 중인 담임 목사를 파송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분립의 경우는 아니지만 초대 안디옥교회는 오늘날의 담임목사와 같다고 할 수 있는 바나바와 바울을 선교사로 파송하였다.

 

3-2-4. 지역선정 및 교회당 준비

의외로 이 과정이 힘들다. 교회가 바라고 의도하는 대로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일단 모교회 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좋다. 가능한 단독 건물을 마련할 수 있으면 한다. 상가에 있는 교회들은 전도하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채를 안으면서까지 무리하게 교회개척을 시작하다가는 존립은 물론 다시 회복이 불가능한 상항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리고 대상이 되는 지역의 인구나 교회들의 수를 파악해서 가급적 기존 교회들이 적은 곳을 택하도록 한다. 분립개척의 유리한 점은 이미 참여한 교인들이 있기 때문에 인구밀집 지역에서 다소의 거리가 있어도 전도에 큰 지장은 없다는 점이다.

 

3-2-5. 교인들의 분립

새 교회에 참여할 교인들을 정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자원에 의해서 결정되겠지만, 좀 더 구체적인 독려가 없으면 참여하는 교인들이 의외로 적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 세 가지 방법으로 독려하였는데 첫째는 분립되는 교회와 가까운 지역의 교인들은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권장하고, 둘째는 첫 번째 지역보다 약간 떨어진 지역의 교인들은 가능한 많이 참여하도록 독려하였으며, 셋째는 위 두 지역 밖에 사는 교인들은 자유롭게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각자가 개인적으로 자원할 수 있지만 목장[구역] 단위로 참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가족 같은 친밀한 관계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전도하는 일이 매우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전도는 관계전도라야 가능하고 열매도 맺게 된다.

 

결론

오늘날 한국교회는 위기에 빠져있다. 현대사회는 다원화사회로 급속히 이행돼왔으며, 하나님의 유일성이나 기독교 진리의 절대성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반항적이다. 그리고 종교는 이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공적인 영역에서는 자신의 종교나 신앙을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직자가 자기의 신앙을 드러내면 종교편향이라는 비난과 함께 퇴출 대상으로 몰릴 수도 있는 분위기가 커가고 있다.

이런 무신론적인 분위기에서 한국교회는 타락한 몇몇 지도자들이 일으킨 스캔들로 인해 일반인들로부터 비난과 걱정의 대상이 되고 있고, 물론 전도도 되지 않아 교회는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 사회는 교회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적대적인 눈으로 주목하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들은 한결 같이 교회에 대한 일반사회의 신뢰도가 바닥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회복의 길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위기의 때일수록 정공법으로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대책은 오히려 단순해진다. 정공법으로 나가고 정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 본질을 찾고, 기본에 충실하고, 그리고 단순해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교회분립개척이야말로 교회개척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이 시대를 돌파하는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런 위기 시대에도 교회분립개척은 복음전도의 사명을 계속 감당할 수 있도록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매우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확신한다. 끝

 

(프로필)

정주채

향상교회 은퇴

바른교회 아카데미 이사장

사단법인 여명 이사장

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회장

 

저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인가?』(생명의양식)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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