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인 예수 / 김홍일 목사(우리시민교회 초등2부 담당)

우리가 너를 사마리아 사람이라, 또는 귀신이 들렸다 하는 말이 옳지 아니하냐?”(요 8:48)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사마리아 사람’과 ‘귀신 들린 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사마리아 사람이 아닙니다. 귀신 들리지도 않으셨지요. 예수님은 자신이 귀신 들리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그런데 사마리아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은 굳이 하지 않으시네요. 모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성경에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모욕하는 이런저런 표현들이 많이 나오지만, 저는 ‘사마리아 사람’이라는 말이 유독 마음에 걸렸습니다. 왜 저들은 아닌 줄 알면서도 ‘사마리아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왜 예수님은 애써 부인하지 않으셨을까요?

보통 사람들도 미움과 증오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압니다. 물론 그걸 안다고 증오가 사라지지는 않지요. 익숙한 해결책은 따로 있습니다. 증오의 이유를 ‘내 마음’이 아니라 ‘저 사람’에게서 찾아내는 겁니다. ‘저런 사람’이니까 미움받아 마땅한 거라고 스스로 납득하고 나면, 내 증오도 면책될 수 있습니다. “저 예수, 우리 유대인이 마땅히 미워해야 할 사마리아 사람과 어울리는, 원수와 진배없는 자!”

그런데 예수님은 얼토당토않은 비난에 부정하지 않으십니다. “난 그런 사람 아니야.”라고 말씀하기 어렵잖아 보이는데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에게조차 ‘그런 사람들’로 취급받을 그 사람들 때문은 아닐는지요. 곁에 두고 있으니 이웃은 이웃이로되, 미음과 증오, 혹은 무관심의 대상인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사마리아 사람’ 취급을 받으시고 ‘그런 사람들’ 옆에 서셨습니다.

죄인 아닌 예수님이 죄인 취급 받으신 것처럼, 사마리아 사람 아닌 예수님이 그런 사람들과 한데 묶이셨습니다. 죄인을 살릴 구원자 되신 것처럼, 그런 사람들도 사랑하시는 이웃 되셨습니다. 그렇게 사마리아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이 물어보십니다. “그런 나를 사랑하느냐? 그런 사람들 사랑하느냐?” 제가 사랑하는지, 주님은 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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