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교회 30년사>, 예언자적 사관(Prophetic History)으로 개교회사 집필의 새로운 모델 제시

편저자 옥성삼 교수(연세대 겸임교수)

온 교인이 “함께 읽고 꿈꾸는” 교회 역사서가 나왔다. 과거를 회상하고 정리하며 재해석하는 것은 교회사의 기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과학적 안목으로 오늘을 진단하고, 창의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개교회사가 출판되었다. 옥성삼 교수가 편찬한 상현교회 30년사이다.

서울 노원구 소재 상현교회(담임목사 최기학)가 설립된 1987년은 한국교회 최초의 조직교회인 새문안교회가 설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상현교회는 상계·중계지구 신도시 30년과 함께 성장했고, 오늘 신도시 2기로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30년을 꿈꾸고 있다.

<상현교회 30년사>를 편찬한 2018년은 한국교회사 및 개교회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교회사 연구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장로교회사전휘집>(클라크 집필) 발행 100년이 되는 해이며, 1928년 <조선예수교장로회사기> 상권이 발간된 지 90년이고, 특별히 1958년 역사 신학자 한태동 교수가 새문안교회 70년사(국판 181면)를 체계적인 개교회사로 집필 발간한 지 60년 되는 해이다.

개교회사(Local Church)의 새로운 시도

<상현교회 30년사> 편찬을 잠시 한국교회 개교회사 역사에서 바라보는 것은 기존 개교회사와의 차별성 때문이다, 한국기독교 최초 개교회사라 할 수 있는 ‘<정동교회30년사> - 강매(姜邁, 1878~1941) 집필-’ 가 1915년 발행된 이후 100여 년간 개교회사 편찬 패러다임의 변화는 없었다. 한국교회사(통사, 교단 및 노회사, 지방·기관, 분야 및 주제별 역사 등)가 아닌 개교회사의 집필과 편찬은 그동안 3가지 유형- 1)편년체(編年體) 기술, 2)사료정리(연혁, 조직현황, 목회와 사역, 관련자료 등), 3)화보집-으로 진행되었다. 사료의 시간적 범위는 2가지- 1) 편찬 시점까지 지역교회 역사, 2) 편찬 시점까지의 지역교회 역사에 더하여 초기 한국교회 역사까지로 확장- 를 벗어나지 않는다. 근래 개교회사 집필의 세부 유형에 몇 가지 변화-1) 성도들의 신앙 에세이, 2) 구술역사의 삽입, 3) 영상자료 제작 및 별첨, 4) 지역사회 역사와 환경에 대한 조명, 5) 핵심 사역별 기술과 평가 등- 가 시도되고 있지만, 개교회사 기술의 공간구조나 시간 범위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사 연구는 그동안 꾸준한 발전과 학문적 성과가 있었다. 교회사의 사관은 선교사관, 민족사관, 민중사관 및 토착화 사관 그리고 세계화 사관 등으로 변화해 왔다. 연구영역은 동아시아 교회로의 확장은 물론 세부 주제별로 깊이 있는 연구로 넓고 깊어졌다. 21세기를 전후해서는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교회사 연구가 역사학과 사회학 등 다학제적 접근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교회사 연구의 변화에 비해 개교회사 연구와 집필의 구조적인 변화가 미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상현교회 30년사>의 새로운 특성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교회사 기술의 공간구조를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으로 접근했다.

문헌과 다수의 구술을 통한 실증주의 교회사관의 통사(通史) 기술이 한 축이라면, 지역의 역사와 장소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 지리 관점의 인문학적 조명이 두 번째 축이다. 그리고 종교사회학, 경영학, 여가학, 커뮤니케이션학 등의 사회과학적 접근이 세 번째 축이다. 특히 상현교회사 2부 미래비전은 3가지 축을 통합적으로 재조명했다.

집필에 사용된 자료는 총 4가지 유형으로, 1차 자료는 상현교회 30년 주보, 제직회록, 당회록, 정책당회자료, 교회 역사 관련 사진 및 자료, 한국교회사, 장로교회사, 용천노회사, 노원지역의 개교회사 등이다. 2차 자료는 상현교회 교인 대상 인터뷰 및 설문조사이며, 인터뷰는 담임목사 및 교인 10명의 심층 인터뷰로 3개월간 총 14회 40시간 분량이고, 설문 조사는 전교인 대상으로 1회 실시했다. 3차 자료는 노원지역과 상현교회의 인문학 및 사회과학적인 분석을 위한 자료로 서울시청, 노원구청, 노원문화원, 인터넷 기사, 관련 단행본 및 논문 등이다. 4차 자료는 통합적 미래비전의 실천사례를 위한 자료로 20여 차례 노원지역 및 주변 지역교회 현장답사이다.

둘째, 교회사 기술의 시간적 범위는 편찬 시점 기준으로 과거 30년과 미래 30년이다.

기존의 개교회사가 대부분 미래는 포함시키지 않고 간략한 미래비전의 요청으로 마무리했다면, 상현교회 30년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하여 “과거의 재해석과 미래적 전망을 현시점에서 통시적으로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이 땅의 크로노스 시간에 신앙의 터무니(Land Script)를 남기는 교회는 동시에 각 시대마다 ‘지금 여기서’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카이로스를 맛보고 공유하는 신앙공동체이다. 지역교회의 역사는 과거를 남기고 미래로 나아가는 크로노스의 시간과 영원한 현재로서 ‘하나님의 시간’이 역동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칼 바르트가 교회교의학에서 제시한 시간의 충일(충돌)로써 하나님 나라의 시간(영원)은 교회의 역사를 단지 과거 회상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고, 미래적 전망으로 초대한다. 이 예측불가능하고 불완전한 미래적 시간과의 만남(하나님 나라)을 ‘마을목회(Missional Church)'라는 관점으로 찾고자 했다. 비가시적이고 유동적인 미래시간의 현재적 기술은 선행연구도 없고 이론적 취약성 역시 많다. 그러기에 부족하지만 다학제적 도전을 통한 예언자적 상상(Prophetic Imagination) 혹은 예언자적 사관(Prophetic History)의 시도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 경영학자 김위찬과 마보안의 ’블루오션전략(Blue Ocean Strategy)과 사회학자 노베르트 엘리아스(Norbert Elias)의 ‘결합체사회론(Figuration)’ 등을 기존의 문화선교관인 ’변혁적 문화관(Transformative Culture)을 넘어서서 폴 틸리히의 ‘상호 변혁적(역동적 상관관계) 문화관’으로 접목하고자 했다. 예언자적 사관으로 기술한 상현교회 미래비전의 구조, 목회 프로세스, 실천 프로젝트 등은 주체가 상현교회 공동체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섭리라는 측면에서 사회단체의 전략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분석방법과 내용이 유사할 수 있지만, 실행 프로세스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시간과 공간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상현교회 미래비전의 현재적 실현은 신앙공동체의 크로노스적 헌신과 하나님의 카이로스적 은혜가 ‘지금 여기서’ 충돌하면서 이뤄질 수 있으리라 본다.

 

상현교회 30년사의 구성

1부 ‘상현교회 30년 역사’. 1장 한국교회와 노원지역의 역사, 2장 상현교회의 개척기, 3장 성 장기, 4장 안정기 등 각 시기별로 세부주제별 역사 기술과 인터뷰를 통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전교인을 대상으로 상현교회 신앙 에세이를 공모하여 8편을 실었다.

2부 상현교회 미래전망. 1)30년 교회사 구조분석, 2)과거와 현재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목회 구조, 설문조사, 교세추이 및 재정진단, 언론기사 분석, SWOT 분석)과 3)메커니즘(Mechan ism) 이론을 통한 통합진단, 4)미셔널처치(Missional Church)로서 마을목회의 재해석 및 노원구 관련 각종 사회지표 분석, 5)블루오션전략(Blue Ocean Strategy)의 ERRC 분석툴을 적용한 미래비전(패러다임, 전략 구조, 메커니즘, 추진 프로세스) 도출 6)성육신적 마을목회 10대 프로그램 및 5대 핵심 프로젝트 콘셉트 제안.

3부 상현교회 제직현황과 연혁. 그리고 상현교회 30년사 화보(1987~2017) 등이다.

<상현교회 30년사>는 기존 개교회사 기술의 시공간적 틀을 벗어난 새로운 도전인 만큼 이론적인 취약성과 역사신학 관점에서 비판 여지가 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지역교회의 역사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하나님의 나라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대화’로 확장시키려 했으며, 다학제적 접근과 ‘상호변혁적 문화관’에 근거한 ‘예언자적 사관’이라는 성찰적인 노력은 오늘날 정체성 혼란과 지체현상을 보이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미래를 두드리는 가치 있는 작업이라 하겠다. 21C 환경에서 정체성 위기가 심화되는 한국교회 그리고 지역사회라는 목회 현장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역교회의 역사는 새롭고 구체적인 재해석과 비전의 전망을 요청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현교회 30년사>가 작은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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