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교사가 된 마음/ 정도선 집사(우리시민교회)

 

  ‘어떤 시기가 되면 꼭 한 번은 중고등부 교사를 해야겠다.’

  철없던 스무 살 때 중2 교사가 된 적이 있습니다. 나 자신도 미성숙할 따름인데 집사님들이 하라고 해서 하게 된 교사생활이 지금껏 마음에 빚으로 남아있습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지만, 할 줄 모르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던 시절이기에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력도 주지 못한 채, 어쩌면 좋지 못한 영향만 주며 한 해를 부담감만 갖고 마무리했던 것 같습니다. 몇 년이 흐르고 타인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될수록, 자꾸만 그때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사실 우리 반에는 백혈병이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는 동생을 둔 아이가 있었습니다.착하고 똑똑하고 매사에 모범적이고 생긴 것도 너무나 귀여웠던 그 아이의 슬픈 얼굴이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그때 그 아이의 슬픔이 보였지만 제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아픔을 저의 아픔으로 담아내지 못했고,그 아이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위로하심으로 끌어주지도 못했습니다.

  그 아이의 동생은 그 이듬해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어 잊힐 만도 한데, 제 마음에 더욱 선명해지는 마음의 빚입니다. 세상을 살아보고, 주님과 인격적으로 만나보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포용받아 보면서, 이제 조금 다른 사람을 마음에 담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 지금. 그때 그 아이들을 본 것처럼 미안함과 사랑을 함께 담아 아이들과 동행해보려고 합니다. 지극히 작은 자의 모습으로 찾아오신 예수님을 만난 듯이요. 내게 온 아이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마음으로 알게 되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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