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명국씨가 교회로 간 이유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들이 오물거리며 먹던 초코파이 한 봉지. 아픔과 감동의 그 파이 하나가 가족의 운명을 바꾸었다.

탤런트 김명국(44)씨의 여섯살짜리 아들 영길군은 2003년 백혈병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3년 전에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했다. 그러다 완치된 줄 알고 퇴원했으나 재발해 다시 입원한 상태였다. 친구를 볼 수도 없고, 뛰어놀 수도 없었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속에 매주 일요일을 기다렸다.

주일 오전 7시면 항암치료센터 앞 데스크 위에는 어김없이 초코파이와 요구르트 몇 개가 올라왔다. 그 초코파이와 요구르트를 꼬박꼬박 챙겨 먹던 영길이가 어느날 어머니 박귀자(45)씨에게 물었다. "엄마 이 초코파이는 누가 가져다놓는 거예요?" "엉, 나중에 엄마가 간호사 선생님에게 물어볼게."

영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코파이를 봉지를 뜯고 요구르트 병에 빨대를 꽂았다. 빵을 한 입 베어물고 요구르트를 조금씩 마셨다. 박씨는 생각했다. '누군가 초코파이 하나 가져다주는 것에도 저렇게 즐거워하는구나.' 그 초코파이와 요구르트는 서울대병원 내 교회 전도대가 매주 환아들을 위해 가져다놓은 것이었다.

아버지 가슴에 초코파이를 먹는 아들의 모습이 깊이 박혔다. 아버지는 죽어가는 아들이 맛있게 먹던 파이의 그 생생한 감각을 잊지 못한다. 어느날 아들이 박씨에게 부탁했다. "엄마, 저 교회 데려다주세요." 휠체어를 혼자 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영길이는 결국 2005년 2월 숨졌다. 부부는 아들에게 초코파이를 나눠주던 교회에 손을 잡고 나가기 시작했다.

"저희 아들에게 누가 직접 전도를 했던 게 아닙니다. 그냥 교회에서 나눠주는 초코파이와 요구르트를 먹었어요. 스스로 교회에 갔고요. 영길이는 그랬던 거 같아요. 아이가 그처럼 맛있게 먹던 초코파이는 하나님이 가져다주시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병석에 찾아와 기도하고 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주던 교회가 너무 고맙더군요."

"투병하던 영길이가 병원 휴게실에서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던 장면이 자꾸 떠올라요. 그 덕분에 영길이가 교회를 다니고 그런 영길이 손에 이끌려 비신자였던 가족 모두가 신앙을 갖게 됐어요. 영길이가 천국에 간 후 저희 가족이 교회 예배에 참석해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간증할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김씨가 지난 22일 서울한마음교회 창립 23주년 기념예배에서 한 간증이다. 부부는 현재 서울 한성순복음교회 집사로 출석한다. 김씨는 2005년부터 장기 기증 단체 생명을나누는사람들(생나사)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다. 생나사 조정진 상임이사는 "김 집사는 매월 거리에서 펼치는 장기 기증 캠페인에 5년째 참가하고 있고 50여 교회에서 간증도 했다"며 "아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눈물 흘린 그의 경험이 장기 기증의 필요성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1588-0692). (국민일보제공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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