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23 금 06:08
상단여백
HOME 칼럼 일반칼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김양홍 변호사의 행복칼럼(4)
김양홍 장로(이수성결교회 / 법무법인 서호 대표변호사)

지금 국회는 패스트트랙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4월 25일 국회에 제출한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은 40일째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또한,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최저임금법 개정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조건 없는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 없이는 국회 복귀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국회법은 ‘2월ㆍ4월 및 6월 1일과 8월 16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대로 하면 6월 1일에는 국회가 열려야 하는데, 지금도 닫혀 있다. 이 정국경색(政局梗塞)을 풀어갈 방법은 없을까?

패스트트랙(fast track) 또는 신속처리 안건 제도(迅速處吏 案件 制度)는 국회법 제85조의 2에 규정된 내용으로 발의된 국회 법안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이다. 국회선진화법의 주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 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요구 동의를 의장에게, 안건의 소관 위원회 소속 위원은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를 소관 위원회의 위원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장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지체 없이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원회 심의(180일 이내) → 법사위원회 검토(90일 이내) → 60일 이내 본회의 부의(附議)’의 절차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법안 심의 과정의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논의 기간인 330일을 넘길 경우 상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패스트트랙은 안건을 상정만 하는 것이고, 법안 심의 과정에서 안건의 내용을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자유한국당 스스로 무시하면서까지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신속처리 안건으로 들어가 있는 선거제 개편(연동형 비례대표제)이 자유한국당에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여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제 개편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더군다나 자유한국당의 많은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온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국회법 제166조 국회 회의 방해죄를 범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정당의 목표를 ‘정권 창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결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어떻게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가? 정당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 증진’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여당은 정권 연장을 위해, 야당은 정권 획득을 위해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싸우고 있다. 앞으로 식물국회 때문에 나라가 힘들어지면 서로 ‘네 탓이다’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 이야기가 나온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로 가는 길목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유인하여 집 안에 들어오게 하고, 자기 쇠 침대에 묶은 다음 침대보다 키가 크면 큰 만큼 머리나 다리를 잘라 죽이고, 작으면 작은 만큼 몸을 늘려 그로 인해 죽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Theseus)도 같은 방법으로 죽이려 했는데, 오히려 테세우스가 그가 했던 방법대로 그의 키가 침대보다 컸기 때문에 그의 목을 잘라 죽인다. 이처럼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과 잣대로 다른 사람을 자기의 기준과 잣대에 맞추어 평가하는 것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한다. 지금 여당과 야당에는 각자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있다. 자신들의 잣대만이 옳다고 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결코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를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최대한 정부와 여당을 괴롭힌 후 6월 중에는 국회 정상화에 응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획득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지적하고,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권 획득의 지름길이 아닐까?

국민은 내 편, 네 편이 아닌 우리 편만 있을 뿐이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 자신만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평안한 잠을 잘 수 있는 침대가 아닌 상대방에게 상처만 주는 흉기(凶器)일 뿐이다.

 

 

 

코닷  webmaster@kscoramdeo.com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닷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