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참빛교회 원로목사, 본사 후원이사장)

공자의 말 중에 “나라가 튼튼하려면 식량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실하며 공신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중에 만일 하나를 빼라면 군비요 그다음은 식량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나라가 튼튼히 서기 위해서는 이상의 3가지가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 하나만 있어야 한다면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믿음은 국방문제나 식량문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건강한 나라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 때 튼튼한 나라가 세워집니다.

작금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현상적인 것에만 집중하다 나라의 근간을 잃어버리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기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정치인들의 머릿속에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공영방송의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이 일상화되고 어쩌다가 방송의 뉴스를 들어도 믿으려는 생각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아가서 유튜브 나 SNS를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는 신뢰할만한 것인지 의심만 증폭됩니다.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목적이고 생명입니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도구가 되면 언론의 생명이 끝나 버립니다. 국민들을 속여서라도 자기들의 정치적인 목적이나 이념을 성취시키려고 한다면 나라는 분열되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나아가서 지금 국민들은 걸러지지 않은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SNS가 우리 생활에 일상화되면서 내 관점에 일치하는 정보, 내 사상이나 이념에 동조하는 정보, 내가 지지하는 좌파나 우파의 유익한 정보에만 편향하게 됩니다.

그 정보의 출처가 어디인지 어떤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내 생각을 정당화하는 일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퍼다 나르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지금 온 나라가 루머의 현장이 되고 거짓말들이 퍼지면서 나라의 근간이 무너져 가는 위험 수위에 다다르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루머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혀져도 전혀 도덕적인 가책이나 양심의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야 그런 줄 알았지, 내가 일부러 그랬나.” 그러면 그만입니다.

“케스 선스타인” 이 쓴 “루머”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루머는 “사회적 폭포 효과와 집단 극단화란 두 경로를 통해서 위력을 발휘한다.”라고 했습니다. “사회적 폭포효과”란 어느 정도에 사람들이 어떤 소문을 믿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그것을 따르고 믿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한 사람이 누군가 나쁜 짓을 했다는 주장을 하면 이를 들은 사람은 확실히 반박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그에게 동조하게 되고 그런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집단 극단화”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내부 토론 등을 거치면서 극단적인 견해로 치닫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람들이 이미 자기가 가진 편향 된 입장에 맞추어 정보를 처리하는 편향동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루머가 있을 때 그것을 믿느냐 안 믿느냐 하는 것을 진실을 찾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나 선호하는 사람이나 정당에 부합하는지에 여부에 따라 결정하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같은 집단의 생각에 편향된 사고는 무조건 진실이라고 하는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은 무조건 틀렸다는 편향성이 고정관념으로 머리에 베여 있어서 극단적인 적대감을 일으킵니다. 정치란 이 극단적인 양편을 조화롭게 만들고 통합과 평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자기의 이념이나 목적의 성취보다 국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이 정치여야 합니다. 국민들의 생각을 통합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정치의 정도에서 벗어나게 되면 이미 리더십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서로가 원수처럼 여기는 좌우의 편향성이 분열을 만들어내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두 집단의 싸움이 극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당장 내 앞에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서 나라의 근간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믿고 따르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도무지 신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역사의 교훈에 귀를 기울이면서 건강한 나라, 곧 신뢰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는 정치가 정말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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