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청길 목사
중부산노회파송선교사
동경성서교회 담임
재일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장
동경성서통신대학 학장
동경재일본한국YMCA 이사장
동경성시화운동본부 부회장
재일한국기독교총협의회명예회장
얼마 전의 일이다.  일본 목사님들이 한국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풍성하게 대접할 뿐만 아니라 관광까지 안내하면서 친절을 베풀었다.  그런 후에 한국의 목사님들이 일본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교회 목사님들은 그들의 일상생활 그대로 우동과 소바(모밀국수 종류) 등을 간소하게 접대하였다.  자기들의 있는 그대로 사심(私心)없이 정성껏 대접하였더니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푸대접을 받았다고 원성이 대단하였다.  그리고 다시는 일본교회 목사들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화를 내면서 돌아갔던 일이 기억된다.  이와 같은 사례는 교회 목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인들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대접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절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알기에 국가는 부하지만 개인은 가난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대개 한 달 생활 예산의 한도를 넘지 않도록 배려하며 살아가는 지혜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의 생활신조는 근면 절약하는 것이다.


그들은 세계경제대국이라고 자부하면서도 빈인(貧因)을 미덕으로 여기고 노동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학교교육, 사회교육, 가정교육을 통하여 세련된 일본 국민상을 정립하고 있다.  일본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교육이 있고, 유교를 중심으로 한 도덕 교육이 있다.  대개의 일본인들은 근면하게 자기 직업에 전념해야 하며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의식과 순종심이 강하여 집단을 개인보다 우선시 하며 그 집단을 위해 헌신한다.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정신을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집단은 강하고 번영하여도 개인은 오직 그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이 강하다.


이러한 정신적인 바탕이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이끌어 가는 요소라고 생각되어진다.  과거의 일본인들은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오르지 어떻게 생명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착되어 왔다.  그러므로 생존에 대한 처세술이 능란하기도 하다.  일본 말에는 오세지(御世辭)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본심이 아니면서도 빈말로 칭찬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그마한 작은 일에도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위한 능한 처세술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비위를 맞추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오세지(빈말)가 될지라도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상대방을 만족하게 한다.  


그러나 언행일치를 신조로 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일본인들의 처세술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인은 너무 솔직하고 강직하여 항상 직선적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무척 거북스럽고 융화의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때로는 상대방의 잘못도 감쌀 줄 아는 재량도 필요한데 너무 노골적으로 비판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때가 많다.


일본에서는 한국 교회에 대하여 기대 이상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본교회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에게도 한국교회 못지않은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속담에는 “능(재주, 지혜)이 있는 매는 발톱을 감춘다.”는 말이 있다. 힘 있는 자가 함부로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일본에서 인사할 때에 허리를 많이 굽힐수록 무서운 사람임을 생각해야 한다.


자기를 낮출수록 속에는 더 큰 강함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선교를 위해서는 일본인들의 생활 밑바탕에 흐르는 그들의 정신을 먼저 이해하고 배워야 할 것이다.  적을 바로 알기 전에는 결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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