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만 보았지만 엄청난 나무가 있습니다. 인도 캘커타의 반얀나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반얀나무인데 나이 250살, 둘레가 무려 500미터입니다. 멀리서 보면 수십 수천 그루의 숲처럼 보이지만 다가가면 한 그루입니다. 이 나무의 특별한 점은 뿌리가 나뭇가지에서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뭇가지들을 스스로 받치면서 자랍니다. 뿌리가 가지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거죠. 캘커타의 그 나무에는 1775개의 버팀목이 있다하는군요. 혼자서 숲을 이루는 위대한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반얀 나무는 가지에서 즉 공중에서 땅으로 뿌리를 내립니다. 뿌리는 기둥이 됩니다. 수많은 뿌리들이 땅을 덮습니다. 다 자란 반얀 나무는 천 평 이상을 뒤덮을 수 있습니다. 넓은 면적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반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안식처를 찾습니다. 사람이나 동물 입장에서는 신나는 거죠. 그 나무 아래서 즐거워할 수 있는 거죠. 문제는, 무성한 반얀 나무 잎 아래에서는 어떤 식물도 자라지 못하는 겁니다. 반얀 나무가 죽으면 결국 그 아래 땅은 버려진 불모의 땅이 됩니다.
      

우리 눈에 반얀나무는 분명 위대한 모습입니다. 스스로의 뿌리로 자신을 버티는 것도 멋있어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위대함 아래서 다른 식물들은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영양분을 공급 받을 수가 없습니다. 자랄 수가 없습니다. 이런 특성은 우리에게 중요한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가끔 뛰어난 부모 아래 억눌리면서 자란 자녀들을 봅니다. 심한 경우에는 정서적인 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부모 자식 사이에 미움과 원망이 자리 잡기도 합니다. 위대한 인물이 한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후에는 인물의 빈곤으로 나라가 곤두박질칩니다. 위대한 인물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나라는 복을 받은 겁니다. 아쉽게도, 많은 경우 위대한 인물들은 반얀나무 같습니다.
      

바나나 나무는 싹이 튼 지 6개월이 지나면 그 주변에 작은 싹이 납니다. 그리고 18개월이 지나면 나무줄기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바나나가 열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바나나 나무도 죽지만, 그때쯤 되면 또 다른 바나나 나무가 다 자란 상태입니다. 이 새로운 바나나 나무도 6개월 후에 열매를 맺고 2년 후에 죽습니다. 이처럼 6개월마다 새로운 싹이 돋고 자라고 바나나 열매를 맺고 새로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죽는 과정이 저절로 되풀이 됩니다. 평범한 바나나 나무는 조용히 대를 이어가면서 자신의 본분을 다합니다. 반얀나무의 위대함과 바나나의 평범함을 합칠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남아공의 만델라는 위대한 인물입니다. 그분은 남아공 국민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두달전에 90세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그는 정권을 잡으면서 보복을 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세웠고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보복이 무서워 남아공을 떠났던 수많은 백인이 되돌아왔습니다. 현 대통령 음베키도 그 정책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으로 확실시되는 제이콥 주마는 상당히 부패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서 다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만델라가 제발 살아만 있어 주기만 바란다고 합니다. 그의 그늘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델라의 그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의 그늘 아래서는 누가 자라고 있는지, 결실의 가을에 던져볼만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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