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 찢어지고 더 못나 보이는 사람이...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전 세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즐겨 입는 청바지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대표적인 발명품으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어떤 사물이든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거기에서 교훈을 받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청바지의 유래도 살펴보면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나쁜 일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교훈을 받게 됩니다. 청바지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850년 미국 서부는 골드러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황금을 캐려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서부는 초만원을 이루어, 전 지역이 천막촌으로 변해 갔습니다. 덕분에 당시 천막 천 생산업자,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1829-1902)는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군납 알선업자가 대형천막 10만 개에 들어갈 천막 천의 납품을 주선하겠다.” 했습니다. 그래서 스트라우스는 3개월간 주문량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런데 군납의 길이 막히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홧김에 술집에 들른 그는 광부들이 모여 앉아, 해진 바지를 꿰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때 문득 천막 천으로 바지를 만들면 잘 닳지 않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시장에 첫선을 보인 제품이 광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군납의 길이 막힌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위기가 기회가 된 것입니다.

나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 편입니다. 요즘 청바지는 스팬(span) 재질로 만들어져서 대체로 신축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양복은 물론이고 다른 옷을 입었을 때보다 활동하기 편합니다. 특별한 경우에는 땅바닥에 그냥 앉아도 됩니다. 나의 기질은 정적(靜的)이기보다 동적(動的)입니다. 그 때문에 양복보다는 청바지 같은 활동복이, 내 기질에 어울립니다. 그래서 공()예 배 시간 외에는 웬만하면 양복보다 청바지를 입습니다.

노회나 총회적인 모임에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내가 양복을 입고 나타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목사가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없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시각에서 볼 때, 목사와 청바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래서 나는 그런 모임에 갈 때, 굳이 청바지를 입습니다. 경직되어 있는 선입관들을 깨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게 청바지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찢어진 것입니다. 처음부터 찢어진 청바지를 구입한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옷이었는데 제법 오래 입다 보니 무릎 부분에 구멍이 났습니다. 입다 보니 온전한 것보다 찢어진 청바지가 더 좋았습니다. 더 시원하고 활동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그럴지 모릅니다. 때로 찢어지고 더 못나 보이는 사람이, 더 쓸모가 있는 존재일지 모릅니다. 결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