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법률사무소 청송/정준호 변호사)
(법률사무소 청송/정준호 변호사)

N번방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로 밝혀졌다. 국민들이 공분했다. 정치권에서는 N번방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국회는 형법, 성폭력범죄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함) 등 몇몇 법을 손질했다. 위 법들은 2020. 5. 19. 국회 의결을 거쳐 개정되었고, 곧바로 시행되었다.

2. 성폭력처벌법의 개정 내용 중 일부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기존 성폭력범죄들의 형이 더 무거워졌다. 법 개정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새로운 범죄도 등장했다. 이렇듯 여러 변화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나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제14조 제4항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보다 상세히 다루어보자.

성폭력범죄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14(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지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개정 내용에 대한 짧은 생각과 문제점

. 긍정적인 점

위 법을 정리하면, 상대방 동의 없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 신체를 촬영해서는 안되고, 이를 상대방 동의 없이 반포 등을 해서는 안되며, 이러한 촬영물 또는 복제물(이하 '불법촬영물'이라 함)을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1항은 불법촬영물의 촬영자를, 2항은 불법촬영물의 반포자를 처벌하는 조문이고, 4항은 촬영 또는 반포된 불법촬영물을 저장하거나 본 제3자를 처벌하는 조문이다.

주목해야할 지점은 제3자다. 우리나라 형법 체계상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의가 없는 과실의 경우, 처벌하는 법 조문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조문은 제3자가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성적 촬영물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배포된 위법한 것임을 알고, 그럼에도 그러한 행동을 한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N번방과 같이 폐쇄적 대화방 내에서 불법촬영물이 오간 경우 이는 유포자 뿐만 아니라 대화방 내에 있는 제3자들도 촬영물이 불법적으로 생성되었음을 인지하고 이를 저장하거나 시청하였을 것이 명백하므로, 해당 조문에 의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없던 내용이 추가 된 것으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점이 있다.

.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에 문제로 보이는 점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넓은 회색지대가 있다. 법 문언상 불법촬영물이 대화방 외부로 유출된 경우 이를 본 제3자도 해당 조문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제3자가 불법촬영물임을 인지하지 못하였다면 처벌대상이 아니다. 다만 수사기관에 의해 매우 자의적으로 범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보인다. 이를 비롯하여 생각나는 문제를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는 불법촬영의 대상이 되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성별·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객관적인 기준이라 보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실무에서도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기존 판례들과 업무처리자의 성적관념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일례로 어떤 사람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였다고 판단해서 수사기관이 기소를 하였지만, 법원은 다르게 판단해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고의가 있는지 여부는 결국 수사기관이 판단하는데,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법 이론상 '고의'는 당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행위자의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행위자가 일단 문제 행동을 하였다면 고의가 있다고 심증을 가져버리는 듯한 태도를 자주 취한다. 이 경우 행위자가 '고의가 아니었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하거나 소명해야하는데, 실패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면에서는 '판결이 있기까지는 무죄로 보아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범죄사실의 증명은 수사기관인 검사가 하여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반하여, 촬영물을 본 사람 스스로가 불법촬영물임을 몰랐다는 것 또는 불법촬영물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하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N번방과 같이 폐쇄적인 구조하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유포할 경우 범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쉽지만, 개방적인 구조하에서는 고의를 인정할지 여부가 매우 애매하다. 예를 들어 친구가 재미있는 영상이라고 속여서 카카오톡으로 보낸 불법촬영물을 보게 되고 그 흔적이 휴대폰 내에 남아있지만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이 삭제되었다면, 수사기관은 대화 기록을 확인하지 못하므로 불법촬영물임을 알고서도 보았다고 판단해 형사재판으로 넘길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세 번째는 두 번째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하는데, 인터넷은 원본과 복제품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이고 그 속에서는 동일한 영상이라도 서로 다른 제목으로 새롭게 재생산되어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된다. 불법 촬영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영상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일반영상인지 아니면 불법촬영물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다른 범죄는 일반인이 문제가 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알고 피할 수 있지만, 불법촬영물 시청 등은 피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네 번째로 불법촬영물을 본다고 하더라도 행위자 입장에서는 해당 촬영물이 연출된 것인지 진짜 범죄로 인한 것인지 그 자체만으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다섯 번째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불법촬영물'임을 즉 피해자의 동의 없는 촬영물임을 밝혀야 하는데, 피해자를 찾아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음'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 결어

N번방 가해자들은 피해 여성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했다. 이들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법 개정을 통해서 이와 같은 종류의 범죄자들에게 무거운 처벌을 해야 함도 너무나 당연하다. 새롭게 신설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의 경우 N번방과 같은 케이스를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고, 무거운 처벌 조문은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수사기관에서 해당 조문을 문언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못지않게 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되어 보다 세밀하게 법이 개정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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