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주일 특별기고

 

안동철 목사/창원교회 담임, 전 총회교육원 수석연구원
안동철 목사/창원교회 담임, 전 총회교육원 수석연구원

20205월 마지막 주는 교회력으로 볼 때 성령강림주일이다. 성령강림주일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50일째 되는 오순절에 삼위 하나님 중 3위이신 성령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은 교회의 생일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령 강림 후 예루살렘 교회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날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랫동안 이날을 잊고 지냈다.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 교사주일은 꼭 지키면서도 성령님이 오신 날은 그냥 지나쳐 버렸다. 사람도 자신이 태어난 생일을 기억해주지 않으면 마음이 상하는데 오랫동안 성령님은 당신의 백성들로부터 이런 무시(?)를 받으시고, 때로는 감히 자신이 성령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큰 곤혹을 받기까지 하셨다. 하나님의 영의 지배를 받는 교회에서 진리의 영이신 보혜사 성령님을 섭섭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성령님은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면서도 자신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드러내고, 예수님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기뻐하신다(4:30). 그리고는 자신이 예수님의 밑에 서 있는 듯한 표현인 예수의 영’(16:7), ‘그리스도의 영’(8:9)으로 소개되는 것도 허락하신다. 박영돈 교수는 이런 성령님을 수줍어하시는 영이라고 하고, 뉴질랜드 선교학자 아담 도즈(Adam Dodds)는 성령님을 향해 자신을 비우신다’(Self-effacing)고 한다.

2020년 성령강림주일을 맞아 로이 헤슨(Roy Hession)의 다음 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성령충만은 우리의 신실함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우리의 실패에 대한 하나님의 선물이다.” 2000여 년 전 마가의 다락방에 충만히 임한 성령님을 만난 제자들은 결코 성공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로마 제국과 유대교의 박해 아래 숨죽이며 작은 골방에 꽁꽁 숨어 있던 사람들이었다. 세상적 기준으로 보면 철저한 루저였다!

Photo by Bahram Bayat on Unsplash
Photo by Bahram Bayat on Unsplash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실패한 자들에게 성령님이 찾아오신 것이다. 오늘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번영과 성공의 환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능력을 부어주셨다. 예수님을 향해서는 수줍어하시는 영이셨던 성령님이, 예수님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는 제자들의 마음을 흥분시켰다. 그 결과 골방에 꽁꽁 숨어 있던 제자들은 그 방을 박차고 광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이 3일 만에 부활하시고, 온 세상의 주와 그리스도가 되었다고 담대히 선포했다.

2020년 성령강림주일을 지내면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둘러보니 녹록지 않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상황은 우리의 미래를 보이지 않게까지 한다. 현재 우리 자신과 한국교회를 보면 실패자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2000여 년 전 실패한 이들에게 찾아오셔서 용기를 주시고, 움츠려 있던 이들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켰던 성령님이 오늘 우리에게도 찾아오셔서 용기를 내라고 한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너희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성령강림주일, 실패한 자들에게 찾아오신 성령님을 간절히 사모해야 할 날이다. 성령님을 사모하며 이런 기도를 드려본다. “성령님, 환영합니다. 내 안에 영원히 계시는 성령님, 내 위에 또 오셔서 나를 날마다 새롭고 거룩하게 하소서. 오셔서 어두운 세상을 새롭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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