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차창 밖의 풍경이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풍요로운 가을의 중순이다. 그러나 세계는 1929년 미국의 대공황 이래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금융의 심장부인 뉴욕 월가는 집값 하락으로 시작된 전대미문의 금융 위기로 공포와 두려움에 얼어붙어 있고, 그 여파로 전 세계가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4명은 지금의 경기 침체가 외환위기 때보다 심하거나 비슷하다고 대답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마지막 버팀목이 교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사람들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하면 제일 먼저 이러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거나 기막힌 전략을 찾는 일에 올인하지만, 성경은 위기에 처할수록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여호수아 8장 30절 이하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하루종일 말씀을 듣고 가슴에 새기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때 이스라엘 백성은 전쟁 중에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전쟁만큼 절박한 상황은 없지만, 그들은 그 와중에서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을 최우선순위에 뒀다. 사람의 상식으로 보면 미련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세상적인 눈으로는 무기를 정비하고, 군량미를 준비하고, 군사의 대오를 정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스라엘은 이 모든 것 이전에 하나님을 먼저 택했다. 주의 몸 된 교회가 헌신의 제단이 됨으로써 이 나라가 지금의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하나님을 택하는 축복이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지금 국가는 물론 기업가나 직장인, 그리고 자영업자 모두 위기의 파고를 겪고 있다. 그 와중에 원치 않게 삶이 조각나버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님과의 데이트'라는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이야기가 있다. 런던의 유명한 4중주단의 멤버였던 피터 크로퍼가 핀란드의 유명한 음악제에 초청을 받았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영국의 왕립음악아카데미가 크로퍼에게 258년 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빌려줬다. 이 바이올린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는 음악의 문외한조차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크로퍼가 무대 위로 올라갔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바이올린의 목이 완전히 꺾어진 채 여러 조각으로 깨져버린 것이다. 큰 충격에 휩싸인 크로퍼에게 런던의 한 바이올린 상인이 깨진 바이올린을 수리해보겠노라고 자청했다. 한달 후 수리가 끝났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을 때, 크로퍼는 깜짝 놀랐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수리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그 바이올린을 연주하였을 때 전보다도 훨씬 더 곱고 강한 음색이 울려 퍼졌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부서진 부분들을 완벽하게 고쳐낼 수 있는 명공(名工)의 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깨지고 조각난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심각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제는 너무 늦었어"라고 한탄하기 전에 인생의 명공이신 예수님께 우리의 깨어고 조각난 삶의 조각들을 의뢰할 수 있는 은혜가 있다. 한 해 동안, 아니 지난 인생 동안 자신의 삶에서 깨지고 조각난 것을 더 늦기 전에 인생의 명공이신 예수님의 손길을 통하여 다시 맞추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개인과 민족의 깨진 조각들을 껴안고 눈물로 나아가자. 그리하여 우리의 간절한 기도로 이 조각난 삶이 맞추어지고, 우리 사회가 보호받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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