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신현숙
물풍년이다
구름은 쏟고 또 쏟고
산에도 들에도
마구 넘친다
댐 문 열리니
누렁이 목줄 풀리듯 달리고
강둑은
김밥 옆구리 터지듯 터진다
논바닥 마른 혀 갈라지던 가뭄이면
하나님 비 좀 주이소
올 여름은 그런 기도 안 해도 된다
너무 없어도 탈이요
너무 많아도 탈이요
너무 없으면 남의 논 물꼬 막을까 염려요
너무 많으면 차고 넘쳐 교만 넘칠까 염려요
하나님 적당히 주이소
일요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하는
욕심 없는 기도문을
오늘도 되뇌이며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