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우목사의 지중해에서 본 한국과 유럽 이야기] [10]

   
금년 2월25일에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취임식에서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새 대통령에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지휘하던 지휘봉을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정명훈씨는 축하공연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지휘한 뒤 새로 취임한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면서 지휘봉을 건넸다. 이 지휘봉은 정명훈씨가 직접 손으로 올리브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3월, 미국의 저명한 건강잡지, “헬스”는 세계 5대 건강 식품으로 김치, 요구르트, 렌틸(lentil), 콩, 그리고 올리브 오일을 선정한 바 있다. “콜레스테롤 제로, 첨가물이 전혀 없는 유일한 천연 기름, 노화방지와 성인병과 당뇨병을 예방한다. 간 기능을 돕고 산아, 유아의 발육촉진과 피부를 보호한다.” 식품 영양학적으로 올리브의 성분을 설명할 때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기원전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올리브 오일을 “위대한 치료제”라고 불렀고,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로마제국도 올리브 오일을 “황금의 액체”로 부르며 무역의 최고 품목으로 삼았다. 지중해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아테네 시민들이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솟아오르게 한 샘을 포기하고 선택했다는 올리브를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불렀다.


유럽의 참기름, 엑스트라버진(Extra Virgin Olive oil)


삼소 삼다(三小三多)가 건강비결 이란 말이 있다. 3가지를 적게, 3가지를 많이 먹으면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것이다. 즉, 소육다채(小肉多菜) “고기를 적게 생선과 야채는 많이”, 소주다과(小酒多果), “술은 적게 과일은 많이”, 소염다초(小鹽多醋), “음식을 싱겁게 식초를 많이”먹는 것을 말한다. 이 특징을 골고루 갖춘 것이 바로 지중해 음식이다. 지중해 음식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올리브다.


참기름이 한국인의 식탁을 대표하는 오일이라면 올리브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나라들을 대표하는 오일이다. 한국인들이 참기름 맛을 잊지 못하듯 유럽인들 또한 올리브의 맛과 향을 결코 잊지 못한다. 스페인을 비롯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병이 바로 올리브 기름병과 와인 병이다. 이 중에서 올리브 기름은 바로 지중해 음식 재료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육류에서 생선, 채소 그리고 스파게티를 비롯, 모든 음식을 만들 때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올리브 오일이다. 올리브 기름은 추출 순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등급도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 산도가 낮을수록 깊은 맛과 좋은 향이 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대체적으로 올리브유의 등급은 다섯 종류로 나누고 있다.최고급 올리브유를 엑스트라버진 오일(Extra Virgin Olive oil)이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올리브 중 최상급이다. 이것은 산성도가 1%미만이며, 맛과 향에 있어 최고인 천연상태의 가장 낮은 수준의 “올레인”산을 지니고 있다. 버진은 말 그대로 처음으로 압착하여 추출한 오일을 말한다. 색깔이 투명한 초록색이고 냄새도 참으로 향긋하다. 엑스트라버진 오일은 열을 사용하지 않고 추출해내기 때문에 맛과 향, 영양소가 모두 포도주와 같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는 오일이다.



최고급의 장수 식품


로마의 역사서에 보면 “와인은 피를 만들고, 올리브는 뼈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올리브 오일은 건강에 아주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고 있다. 2004년도 KBS 생로병사 프로그램에서도 세계에서 장수촌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크레타 섬” 사람들의 건강비결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이 취재한 결과 그들의 “건강비결은 음식에서 나왔고, 그들이 즐겨 먹는 것은 올리브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서 100세 이상 장수노인을 연구한 데이비드 슐레징거 박사는 “적포도주와 올리브유를 많이 먹는 식생활 습관이 샤르데나인이 장수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한편 하버드의대 토머스 펄스 교수 팀은 “100세까지 살기”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방이 전체식사의 30%를 넘지 않도록 할 것, 생선, 야채, 과일, 섬유질이 많은 곡류를 많이 섭취할 것, 올리브유를 자주 섭취할 것, 적포도주를 하루 한 잔 마실 것”등을 권하고 있다.


눈부신 지중해의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올리브 나무와 함께 살아온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사람들은 그 어느 유럽사람들보다 낙천적이다. 이들은 아침 공복에 두, 세 숟가락의 올리브 오일을 항상 마셔왔다. 특히, 야채, 과일, 생선, 올리브오일 등 불포화지방산, 와인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전통적 “지중해 식 다이어트”로 불리는 식단에서 날씬한 몸매와 건강비밀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매일 올리브를 사용하고 있는 지중해 연안의 사람들은 여타의 지방 사람들보다 더 낙천적이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편이다.


노화방지의 선두 주자, 올리브 잎차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터니 백발이 먼저 알고 오더라.”세월의 흐름을 덧없어 하며 읊은 고려시조“탄로가(嘆老歌)”는 오늘을 사는 우리네의 무상이기도 하다.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해도 나이 들며 몸이 노쇠해지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노화를 늦추고 활력 있게 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 있다. 최근에 올리브오일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불포화 지방산과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 토코페롤, 폴리페놀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리브 잎에 탁월한 항산화제인 복합 페놀 계열의 올러유러핀(Olueropein)이 그 어떤 식품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올리브나무가 건조하고 일조량이 강한 척박한 환경에서도 수천 년 동안 거뜬히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올러유러핀의 존재로 설명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올러유러핀 성분이 올리브나무 가운데서도 유독 잎에 다량으로 분포한다는 것이다. 올리브 잎에 포함된 올러유러핀의 항산화 능력은 열매에서 추출한 올리브기름보다 무려 50배나 높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았든지 클레오파트라는 최상의 미와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항상 올리브 오일을 사용했다고 전하고 있다. 고대 올림픽 선수들마저 근육을 다듬고 피로를 풀기 위해 올리브를 사용했다. 올리브 잎을 신성하게 여겨 고대 이집트에서는 왕의 미라를 만들 때 올리브 잎에서 추출한 액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고대 전승이나 히포크라테스가 올리브는 각종 통증을 가라앉히고, 감염 및 화상, 열을 내리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기록 때문에 올리브 오일, 잎과 열매는 식용은 물론 약용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웰빙 바람이 불면서 올리브 오일뿐 아니라, 열매와 잎은 이미 일본을 휩쓸었고 그 바람이 한국까지 상륙하고 있다.


불멸(不滅)의 나무


고대 그리스는 올림픽 경기 우승자에게 올리브 가지로 만든 관을 수여했다. 올리브 나무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농작물 중의 하나로,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나함무라비 법전에서도 올리브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올리브 나무에 관한 수식어는 참으로 많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해서 “지중해 나무”,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 월계관으로 사용되었다고 해서 “승리와 평화의 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물기가 없는 사막성 기후나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해서 “태양의 나무”, 혹은 수명이 길다고 해서 “불멸의 나무”로 불린다.


올리브 나무의 수명은 평균 6백년 이상으로 예루살렘 감람산 언덕에 있는 것은 2천년, 이탈리아에 있는 것은 무려 3천 5백년이 넘는다고 하니, 불멸의 나무라 할만하다. 올리브가 불멸의 나무, 생명의 나무로 불리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아 홍수사건을 잘 알고 있다. 홍수로 말미암아 온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멸절되었다. 물이 땅의 모든 지면을 150일 이상 덮고 있었으니 그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감람나무라 불리는 올리브 나무만은 그 잠긴 물 속에서도 죽지 않고 파릇파릇 새싹을 피운 것이다. 이 어찌 불멸의 나무, 생명의 나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편 올리브 나무의 무성함은 곧가문의 번성이었고 축복이었지만 올리브 나무가 병들고 죽는 것은 저주와 징계로 여겼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금도 이 지구상에 올리브 나무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 번성하고 있는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게 사용된 기름


올리브나무를 키우는 사람은 인내심이 있어야만 했다. 나무를 심고 최소한 15년 이상이 지나야 첫 소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한번 나무를 심어놓기만 하면 수 백년 동안 열매를 수확할 수 있게 된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오래도록 수확할 수 있는 나무가 있을까싶다. 올리브 나무는 가정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장구하게 번성하게도, 또는 쇠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물이 거의 없고 척박한 땅에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역사와 함께 양식이 되어온 올리브야말로 신이 주신 최대의 선물이라 할만하다.


특히, 구약시대 왕과 제사장, 그리고 선지자를 세울 때는 그 머리에 올리브 기름을 부음으로 직임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올리브 나무가 풍부하게 있었고, 예수님 시대에도 계속 번성하였다. 예수님은 종종 올리브 나무가 무성한 산에 오르기도 하셨다. “기름 짜는 틀”이라는 뜻을 가진 “겟세마네”는 올리브 나무로 뒤덮인 올리브 나무 숲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님은 이곳에서 마치 올리브를 틀에 넣어 기름을 짜듯 자신의 몸을 쥐어짜 땀을 핏방울 같이 흘리며 기도하셨다. 이뿐 아니라 메시아란 “기름부음을 받은자”라는 뜻인데, 이는 “올리브 기름”을 두고 한 표현이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올리브보다 고귀하게 사용된 기름이 있을까싶다. 요담의 고백에서도 그 존귀함이 드러나고 있다. “감람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나니 내가 어찌 그것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요동하리요 한지라”(삿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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