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대박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박의 뜻은 ‘큰 배’ 혹은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는 주로 후자의 뜻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영어나 독일어는 제가 가진 사전에는 없습니다. 그만큼 신조어입니다. 이 단어만큼 우리 세태를 잘 반영하는 말도 드문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대박만 붙이면 됩니다. 한국 축구 대승하면서 시청률도 대박, 어느 가수의 뮤비 대박, 이틀 만에 700만 클릭 대박, 연봉 대박, 수능 대박 기원도 있습니다. 18년동안 같은 번호만 써서 로또 대박을 터뜨린 사람도 있습니다. “대박 나는 그날까지”라는 어느 개그맨의 홈페이지 이름도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젊은 층에서는 대박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어느 교회가 누구를 모시고 집회를 했더니 대박을 터뜨렸다, 전도주일을 어떤 식으로 했더니 대박을 터뜨렸다, 어떤 프로그램을 도입했더니 대박을 터뜨렸다 등등.      

대박의 기본 개념은 무언가 짧은 시간에 크게 손에 넣는 것을 뜻합니다. 돈도 한꺼번에 왕창 버는 것이고, 인기도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떠오르는 것입니다. 긴 세월동안 인고의 노력을 기울여서 얻은 것에는 대박이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건 당연히 주어지는 대가니까요. 즉 대박에는 횡재의 개념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는 무언가 큰 도움을 주거나 큰 기여를 했다, 큰 희생을 했다, 큰 헌금이나 헌신을 했다, 이런 개념은 없습니다. 대박의 반대편에는 쪽박이 있습니다. 쪽박은 작은 바가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옛날 거지의 필수품입니다. 쪽박 찼다는 건 완전히 거지꼴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사도 바울을 생각해봅니다. 그는 자기 활동을 이렇게 요약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이건 완전히 쪽박 인생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기대를 들어 보십시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다!” 승리자의 외침 아닙니까? 평생을 참았다가 마침내 “이런 게 진짜 대박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로또 당첨으로 대박을 터뜨렸다가 쪽박으로 끝난 인생과는 완전히 대조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면 대박을 따라다니다가 쪽박으로 끝나는 인생이 있고, 쪽박처럼 보이지만 그게 결국 대박인 인생이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대박! 단어의 어감이 주는 느낌이 시원하고 무언가 큰 걸 기대하게 만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입을 딱 벌릴 정도로 많이 나누어주고 산다면, 그게 진짜 대박이 아닐까요? 속 시원하게 크게 희생하고 헌신한다면, 그게 진짜 대박이 아닐까요? 목회자들도 대박 환상에 젖어서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교회성장을 맛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건 쪽박으로 가는 길입니다. 교회가 작더라도 그 교회를 통하여 형제 교회들이 많이 생기고, 그래서 구원 받은 사람들의 총수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라면 그게 진정한 대박일 겁니다. 당장의 열매가 보이지 않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하여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투자한다면 그게 대박일 겁니다. 진정한 대박을 기대하며 사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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