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억새밭에서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
작년에 불던 바람은
어디에다 기억을 줄줄 흘렸는지
낯선 모습으로 불어대는
가을 들녘 바람에
길 잃은 시선은
여지없이 그대만을 찾으며
분주히 걸음을 옮긴다
다가온 가을 한 줌에
이토록 맘 뺏겨
꽃가람을 다니다
놓쳐버린 그대로 인해
늘씬한 억새의 미소도
대나무의 그럴싸한 인사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걱정과 불안이
뒹굴어 다니면서
그대를 목놓아 부르다
길 모퉁이에서 만났을 때
터져버린 울음 막지 못한
아이가 돼버린
억새밭에서의 이야기에
지금은 웃을 수 있는
어제가 된
어느 날의 아침이
안다미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