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을 먼저 천국에 보낸 이동원 목사님을 생각하며 -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주채 목사/사단법인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 이사장​

 

지난 16일 미국에서 이동원 목사의 아들 이범 씨(42, 미 변호사)의 장례식이 있었다. 이범 씨는 9일 오전에 소천했다. 코로나19 사태에다 미국에서 장례식을 하다 보니 천국환송예배는 현지 시간으로 16() 오전에야 드려졌다고 한다. 필자가 소천소식을 들은 것은 10일 아침이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가슴이 찡해지며 저려왔다. 남의 자식 이야기를 들어도 이런데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이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이동원 목사님은 아들의 장례식에서 열 가지의 제목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고 한다. 고 손양원 목사님이 좌익폭도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두 아들의 장례식에서 아홉 가지의 제목으로 감사했던 그의 믿음을 본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손 목사님의 가슴 저린 감사 제목들을 생각하며 이 목사님도 상한 자신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스스로 격려하며 용기를 냈을 것이다. “아들이 암에서 해방되어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열 가지 감사제 목들은 슬픔과 고통의 깊은 계곡에서 솟아난 샘물처럼 느껴진다.

이 목사님은 아들이 암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기도를 요청한 적이 있다. 두 아드님이 다 건강치 못한데, 특히 큰아들이 암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기도를 요청했다. 이 말을 들으며 필자는 동병상련의 정을 강하게 느꼈다. 기도회가 끝난 후 필자는 이 목사님을 만났다. “목사님, 사실 저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나님께 종종 섭섭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는 딸만 셋인데 모두가 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큰딸은 암 수술을 한 후 치료 중이고, 막내는 40세가 다 되었는데 결혼도 못 하고” “정 목사님의 말을 들으니 뭔가 위로가 되네요. 나도 하나님께 섭섭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결국은 우리에게 선이 되게 하시지만 몇 걸음 앞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왜 이러실까?”라며 섭섭함을 느낄 때가 있다. 손양원 목사님도 두 아들들이 폭도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도록 아들들의 옷을 끌어안고 통곡하며 울었다고 한다. 당시 애양원교회에 집회 인도를 위해 와 있던 이인제 전도사는 기진맥진한 손 목사를 찾아와 목사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정신 차리십시오.”라며 달래야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초인이 아니었다. 손 목사님의 유명한 아홉 가지 감사는 이런 처절한 슬픔을 이기고 나온 기도였다.

장례식은 끝났지만, 이동원 목사님의 아픔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아들은 암의 고통에서 해방되었지만, 목사님은 소천한 아들을 가슴에 묻고 한동안은 날마다 저리고 아픈 마음에 달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옛말에 부모가 죽으면 산에다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아들이 간 천국을 더 가까이 소망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 목사님의 마지막 감사 제목은 필자가 선친의 장례를 마치고 새삼스럽게 느꼈던 마음이었다.

이제 필자의 나이도 벌써 73, 천국에 갈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한때 필자가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좋아했던 저 높은 곳을 행하여라는 찬송이 요즘 가을과 함께 더 가까이 다가온다. 필자가 교회를 분립 개척하면서 교회 이름으로 고집했던 향상교회는 바로 이 찬송의 첫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주간에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어느 교회에서 반() 비대면의 집회를 가졌다. 집회 중에 천국 소망이란 제목의 말씀을 전하며 필자도 청중도 울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발을 붙이고 살지만 우리는 이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 우리는 날마다 한 걸은 한 걸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나아간다. 우리가 아끼는 것들을 그곳에 쌓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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