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화요일 아침에 낯선 전화가 왔었습니다. 받아보니 V 아저씨였습니다. 2년 전쯤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목욕하는 곳에서 처음 만났던 분입니다. 그 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친분이 쌓였습니다. 이전에 교회에 가 본 적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하시는 일의 특성상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교회에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터가 부도나서 아무것도 못 하던 중에 우리교회 주일예배에 몇 번 왔었습니다.

당시 V 아저씨가 일하던 건물이 부도나서 전기와 수도가 끊어졌습니다. 보증금을 받지도 못하고, 갈 데도 없었던 아저씨는 어둡고 불편한 그곳에 계속 거주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자리를 찾아 어딘가로 가게 되었다하였습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나서 연락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만나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들었던 아저씨 이야기를 옮겨 봅니다.

V 아저씨는 조선족입니다. 경기도 양평이 고향인 조부모가 일찍이 중국으로 이주해서 자신은 흑룡강성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에 나온 지 5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12월 초에 그곳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한국에 온 목적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천안에 와서 아무 곳에도 돌아다니지 않고, 그동안 일하는 건물 안에서 두문불출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사는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려움을 만났습니다. 다행히 일터에서 만났던 어느 장로님의 소개로 직산의 어느 교회 옆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장로님은 그동안 아저씨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분입니다. 거기서 일용직으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일을 했습니다. 6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일에는 꾸준히 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내년 5월에는 세례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다시 올 것이라 했습니다.

천안을 떠나기 전에 다시 백석동에 와서 그동안 판매하고 남은 음료수 등을 우리교회에 전해주었습니다. 아저씨가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혼자 음식을 차려 드시는 것을 보고 우리 교회 지역사회봉사부에서 격주로 반찬을 갖다 드렸습니다. 그 일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다음에 한국을 떠날 때 남은 물품을 교회에 주겠다.”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믿음을 갖게 된 단초가 하나교회라고,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V 아저씨는 평생 일만 하며 살아온 듯해서 중국에 가시면 부인과 함께 여행도 다니면 좋겠다고 권했습니다. 그런데 동문서답처럼 고향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가족이 출석할 교회를 찾아보겠다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일예배에 참석할 것이라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하나님을 떠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덕분에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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