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길(구미남교회 담임목사)
천석길(구미남교회 담임목사)

어떤 교인이 제게 부탁을 해 왔습니다. 목사님, “우리교회도 다른 교회처럼 설교 시간에 ppt를 띄워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목원이 성경 본문을 찾는 것이 힘들어 보이니까 수고하지 않고서도 성경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좋은 뜻이지 싶습니다. ppt란 발표하고자 하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듣는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각적인 자료를 만들어서 화면에 띄워주는 것으로서 영업하는 분들이나 회사에서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설교를 그렇게 하면 쉽게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두 가지 면에서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웬만하면 성경 말씀을 화면에 띄워주지를 않습니다.

첫째는 성경 본문을 화면에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예배에 나올 때 성경책을 가지고 오지 않을 것입니다. 내 손에 성경이 없으면 예배 시간에 자신의 성경책을 찾아 읽는 수고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하는 시간이 매번 반복되면 자신의 성경을 대할 때마다 늘 낯선 골목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것입니다. 성경은 우리의 손때가 묻고 묻어서 내가 찾고자 하는 말씀이 손가락의 감각만으로도 금방 찾을 수 있도록 훈련되는 것이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조금은 수고스러워도 자신의 성경책으로 말씀을 찾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ppt를 화면에 띄워주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설교자가 청중에게 보고하듯이 설교의 내용을 도식화시켜서 보여주기 시작하면 점점 더 세련된 ppt 자료를 만들어서 보여주어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설교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보고를 받는다는 느낌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의 능력을 화면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말씀에 대한 도전보다는 한 사람을 통해서 전해지는 화려한 자료에만 매료될 것입니다.

예배 시간, 특히 설교 시간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는 시간이기에 내 성경책을 들고 와서 예배 시작 전에 미리 말씀을 몇 번 읽으면서 본문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한 후에 설교를 들어야만 비로소 내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말씀을 몇 번씩 읽은 후에 나에게 무슨 말씀을 주실까? 라는 사모하는 마음으로 예배에 임하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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