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공개학술세미나

 

페스트의 저자 알베르 카뮈가 말했듯이 전염병의 바이러스는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일상적 삶의 여러 곳에서 잠재하여 있다가 새롭게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코로나의 원인 규명에 대한 여러 가설이 있지만, 공통분모가 되는 것은 인간의 탐욕에 의하여 자연의 생태계가 마구잡이로 훼손되었고 그 피해는 결국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다라는 것을 강조하며 정의, 평화와 창조의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인간의 전적인 회개와 삶의 방향 전환을 외쳤던 바이체커(Carl Freidrich Von Weiszacker)의 표현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제 인간뿐 아니라 하나님의 피조물이 모두 내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하며 조속히 삶과 행동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해야 할 때이다.

2020,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주변의 삶과 노동, 분배 정의와 관련하여 생각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 그 일례로 우리는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더욱 증대되었고,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려졌음을 기억한다. 또한 수많은 의료진들, 그 가운데에서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간호 인력들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수고와 성역할 분담의 불평등한 구조를 기억한다.

사회의 그늘진 곳이 더 많이 넓어지고 양극화의 현상이 더욱 도드라져 있는 이 시기에, 기본소득 논의가 사회 전반에서 제대로 진행되거나 사회적 합의가 아직 보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재난 지원금 형태로 지급되었고,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면서 이 개념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진정성 있게 도입하고 지속성 있게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의 일반공동연구로 진행되고 있는 본 연구는 기본소득의 사상적 근거, 경제적 기반, 제도화 가능성 등에 관한 신학과 사회과학의 학제 간 연구를 통하여 기본소득이 현대 사회에서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유력한 방안임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1,000명 이상의 설문과 여론조사를 통해 기본소득 개념과 도입에 관한 시민사회에 대한 기대 등을 분석하고, 두 차례에 걸친 국내외 학술 세미나를 통해 학계와 교계, 시민사회, 그리고 유럽 벨기에의 공동연구자와의 협업을 통해 연구 결과를 확산시키고자 기획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갖고서 제1차 국내 공개학술세미나를 1211() 오후 2~5시에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기본소득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로서 공동연구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벨기에 야닉 판데르보흐트(Yannick Vanderborght) 교수(루뱅대학교 정치경제학)를 초청하여 제2차 국제공개학술세미나를 20215월에 연세대학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승자독식의 카우보이식 경제사상과 정책이 사회 양극화의 폐단을 가속화시키고, 4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인공지능 기술 도입은 현실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임금 노동의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도 시급한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과의 협업으로 기술을 통한 생산성 확대와 아울러서, 노동의 의미와 효율성 있고 공정한 구조조정을 위한 학제적 고찰이 필요한 지금 우리는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은 무엇이며 소득은 또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온 피조물이 풍성한 삶”(10:10)을 살기를 축복하셨던 하나님의 은혜의 개념은 기본소득의 논의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신학적 기반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신학적인 논의를 상아탑에서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교회에서 민주화하도록 시도하며 사회과학적 논의와 그 대화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본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기본소득이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지도록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시는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국회의원이 “21대 국회, 기본소득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로 첫 번째 기조 강연이 시작되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금민 이사가 기본소득과 공유부, 기본소득의 재정원리로 두 번째 기조 강연을 함으로 그동안 진행된 기본소득에 대한 지식의 창을 활짝 열어 줄 것이다.

이어서 본격적인 학술세미나에서는 연구책임자인 정미현 교수(연세대학교/조직신학)가 좌장을 맡아 세미나를 진행한다. 첫 번째는 기본소득에 대한 학제 간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준비된 강원돈 은퇴교수(한신대학교/기독교윤리학)생태학적 지향을 갖는 기본소득 구상: 국민경제 수준의 소득분배 계획에 바탕을 두고서에 대해 발제를 하고, 이에 대해 김영미 교수의 논찬이 이어진다. 두 번째로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경제사)기본소득론의 역사와 한국적 배경, 그리고 하나의 정책 방안으로 발제를 하고, 이다혜 박사(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논찬을 맡게 된다. 세 번째는 교회 현장에서 이 사안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이영재 박사(원주영강교회/실천 분야)기본소득제를 홍보하고 적용해 본 경험 나누기를 발제하고 김동환 교수(연세대학교/기독교윤리학)가 논찬을 한다. 연구발제완 논찬이 끝나면 정미현 교수의 진행으로 종합토론이 30분 정도 진행된다.

이번 공개학술세미나에서는 지난 7월부터 매월 정기연구세미나에서 기본소득에 관해 심도 깊게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기본소득 구상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신학적 근거를 밝혀주고, 이를 사회적으로 도입하기 위하여 기본소득 구상의 사회정책적 타당성을 생동감 있게 논의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특별히 김유준 박사(한신대학교/교회사)이번 공동연구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연구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공개학술세미나까지 연구 전반에 대한 기획과 진행을 맡아 왔고, 연구보조원 채희연의 도움이 컸다. 기본소득 논의는 단순히 돈을 얼마씩 지급하자는 차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의 노동에 대해 감사하며, 일과 임금, 휴식에 대한 분배의 공정성을 확대하고 모두의 것을 함께 공유하며 더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자그마한 시도다. 이번 공개학술세미나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한계가 있으나, 논의가 더욱 풍성히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참가를 원하는 분은 유튜브 생중계 채널(https://youtu.be/tpjI6tWYaDI)1211() 오후 2~5시부터 접속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김유준 박사(youjoon@yonsei.ac.kr 010-3061-7278)에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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