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들 사이의 대화는 인자가 누구냐 하는 것이 주제였다. 먼저 제자들은 인자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물으시는 주님께 상세한 대답을 드렸다. 이어서 주님께서 제자들의 견해를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그리스도이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라고 대답했다(16). 주님께서는 이 대답을 듣고 몇 마디를 말씀하신 다음 “내가 이 반석 위에 나의 교회를 세우리라”(18)고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도대체 주님께서 반석이라는 말로 무엇을 의도하셨을까 하는 점이다.


반석은 일차적으로 베드로의 신앙고백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베드로의 신앙고백에 이어 주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교회는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신앙고백 위에 선다. 신앙고백이 없으면 교회도 없다. 교회가 서는 반석은 신앙고백이다. 그러면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그것은 하나님의 계시에서 나왔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가 계시하셨다”(17). 이렇게 볼 때 신앙고백의 뿌리는 계시이다.


계시가 없으면 교회도 없다. 그러므로 교회의 기초가 되는 반석 하나님의 계시이다. 그러면 계시의 원인은 누구인가? 그것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이 계시의 주체이시다. 하나님이 베드로에게 신앙고백을 계시하셨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볼 때 교회의 기초가 되는 반석은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아마도 주님께서 하나님이 반석이라는 생각을 구약성경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신 32:4). 그러므로 하나님이 없는 교회는 없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교회는 신앙고백, 계시, 하나님이라는 세 겹의 반석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반석 위에 선 교회는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부는 것 같은 공격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다(마 7:25 참조). 반석 위에 선 교회는 도리어 두 가지 능력을 가진다. 첫째는 지옥의 문들을 깨뜨리는 능력이다(18). 반석 위에 선 교회는 지옥의 문들을 깨고 들어가 그 심장부까지 장악하는 놀라운 세력을 발휘한다. 둘째로 반석 위에 선 교회에게는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들이 주어진다(19). 그러므로 교회는 천국을 여는 열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면 반석 위에 선 교회에서 사람의 역할은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와 베드로의 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사람의 역할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주님과 베드로 사이에 주고받은 말은 그 형식이 동일하다. 베드로가 주님께 “너는 그리스도이다”(헬라어에는 존칭이 따로 없음)라고 말하자, 주님은 베드로에게 “너는 베드로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두 말은 서로 크게 부딪힌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라는 표현은 최고의 존칭이며, 베드로라는 표현은 최악의 별명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기름부음 받은 자로서 구약의 왕, 제사장, 선지자라는 세 직분을 종합하는 명칭이다. “베드로”는 작은 돌 또는 돌멩이라는 하찮은 뜻이다. 이렇게 그리스도와 베드로가 상반된 관계로 사용된 것은 교회에서 그리스도가 높아져야 하고, 사람은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한없이 높아지는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 그분이 교회의 설립자이며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내 교회를 세우리라”(18). 그러나 사람은 교회에서 한없이 낮아져 겸손해야 한다. 돌멩이 같은 사람은 교회에서 낮아질수록 좋고 가만히 있을수록 좋다. 돌멩이가 제멋대로 움직이면 다치게 할 뿐이다. 돌멩이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의 손이 붙잡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좋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