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철 목사(창원교회 담임)
안동철 목사(창원교회 담임)

설마설마하던 일이 일어났다. 어제 정부에서 1224일부터 내년 13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적인 2.5단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소그룹 모임과 식사는 금지되고, 예배는 20명 이내로 제한됐다. 성탄축하예배부터 내년 신년예배까지 비대면이 강요됐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의 포탈 검색창은 빨간색으로 전국민 잠시멈춤이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세상은 마스크를 하며, 침묵할 것을 요청한다. 이런 조치에 이런저런 말들이 있다. 그런데, <복있는 사람>의 본문 말씀을 묵상하며 세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도 10개월간의 침묵의 시간을 가진 것을 보게 된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2월부터 생각하면 어떻게 시간도 그렇게도 비슷한지 모르겠다.

물론 사가랴가 말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그의 하나님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그는 하나님께 오랫동안 자녀를 달라고 간구했다(1:13). 시간은 많이 지나 그는 늙었고, 아내인 엘리사벳도 나이가 많게 되었다. 하나님이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어 사가랴에게 아기를 주시겠다고 하였지만 이제 그 자신이 믿지 못했다.

이런 일이 우리의 삶에도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기도하는데, 내가 기도한 것이 막상 이루어지면 찬양과 감사가 아닌 놀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는 당황해한다. 사가랴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아기를 달라고 기도했는데, 막상 그 기도가 이루어지겠다고 하니 그것을 믿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 불신으로 10개월간 말을 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게 되었다. 징계라고 하지만 사실 이 시간은 사가랴로서는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냉철하게 돌아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이 시간을 믿음으로 보냈다. 그리고 10개월의 침묵이 끝나고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터져 나온 것이 무엇인가? 찬양이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30~1시간 정도만 해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은 알 수 있다. 말을 하는데, 어떤 분은 말마다 원망과 불평이 나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원망과 불평이 그 사람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생은 늘 불평과 원망만 하다가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반면, 어떤 사람은 입 밖으로 나오는 말에 늘 긍정과 감사가 넘친다. 이 감사는 하나님을 향한 찬양으로 더 나아간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보면 분명 불평과 원망이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래서 항상 함께하고 싶다.

사가랴는 10개월간의 침묵의 시간을 끝내도 드디어 말문이 터졌을 때 메시아의 탄생을 축하하며, 메시아의 길을 예비하는 자기 아들 요한의 사명을 노래했다. 그렇게 된 이유를 성경이 말하는데, 그가 성령충만했기 때문이다(1:67).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 장애인으로 무려 10개월을 지낸 후 드디어 터진 말이다. 그 시간을 한 번 묵상해 본다. 평생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지 않았겠는가? 수많은 사람이 사가랴를 향해 당신은 이제 제사장으로의 일을 할 수 없어라는 말을 들으며 절망감이 밀려오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10개월 만에 입이 드디어 풀리게 되었다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어떤 말이 나오겠는가? “, 이제 살았다.” “그동안 답답해 죽을 뻔했다.”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사가랴는 성령충만하여 처음으로 터져 나온 말이 찬송하리로다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1:68~79)로 시작되는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찬양하였다.

이런 사가랴의 찬양을 보며 우리의 입술이, 평생 우리의 입에서 나올 말이 이런 찬양이 되어야 할 것을 소망해 본다. 성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님이 행하신 구속의 은혜를 날마다 찬양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과 열방을 살리는 말이어야 한다.

이 사가랴의 찬양을 보면서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사가랴는 자기 아들이 잘되는 것보다 메시아가 드러나는 것으로 인해 더욱 기뻐하고 있다는 점이다. , 자기 아들 요한이 주 앞에 앞서가서 그 길을 준비하”(1:76)는 삶을 사는 것으로 기뻐하고 있다.

이런 사가랴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사람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게 된다. 성도라면 나 자신은 사라지고, 나 자신이 죽더라도 주님이 드러나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인생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것이 갈라디아서에서 말하는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인생이다(2:20)

2020년 마스크로 가려진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이런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 성탄절의 주인공이신 주님이 드러나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인생이 될 것을 말이다. 우리의 말에 찬송이 넘치고, 감사가 넘치고, 이로 인해 주님의 아름다우심을 드러내는 인생으로 살기를 말이다.

Photo by Volodymyr Hryshchenk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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