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길(구미남교회 담임목사)
천석길(구미남교회 담임목사)

한해의 마지막은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이 있어서 1231일이 기다려집니다. 마지막 날, 마지막 주일이 다가오면 새해를 계획하고 목회자로서 교회의 여러 기관과 행사를 점검하곤 합니다. 올해는 그 놈(?)이 난데없이 찾아와서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곳곳에 눌러 앉아 있다 보니 해마다 하던 행사마저 축소하거나 취소를 해야 합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교인들의 가정에도 좋은 소식보다는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들려와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기쁜 소식이 영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와중에도 잘 되는 사업장이 있고, 이 난리 통에도 승진하신 대단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영 마음을 헤집는 소식이 있습니다. 하는 일이 잘 되어서인지 혹은 직장의 발령으로 어쩔 수 없이 이사 가는 것인지는 몰라도 서울로 대구로 이사를 간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진작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일이었고 또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생각하니까 이사를 안 갈 수 없었다는 말씀을 들을 때면 좀 씁쓰레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리 우리가 사는 동네가 지방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살만한 도시인데 꼭 이사를 가야만 하는지? 그것도 자녀교육으로 이사하는 맹자의 어머니 흉내를 내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물어볼 순 없었습니다.

요놈의 코로나 때문에 신앙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가정도 있는데, 이제는 교회에 좀 충성했으면 좋겠다 싶은 분들마저 마치 배신(?)하듯이 이사가는 가정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물론 우리교회에서 잘했으니 거기에 가서는 더 잘하시겠지요? 그래도 이렇게 마음이 분주하고 복잡한 연말에는 좀 가만히 계시다가 언 땅이 녹아서 새싹이 돋아나고, 훈훈한 바람이 불어와서 꽃이 피는 봄날에 이사 간다면 환하게 웃으면서 기꺼이 보내 드리오리이다! 이런다고 이사 안 갈 사람이야 없겠지만 목사 마음이 그렇다는 겁니다. 부디 그곳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해서 승리하는 삶을 사시길요! 가끔씩은 구미남교회가 참 좋았다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힘을 얻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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