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규 목사(함양 상내백교회 담임)
노상규 목사(함양 상내백교회 담임)

정인이 사건이 알려지며 온 국민이 아프다.

나도 많이 아프다.

그냥 아픔을 삭이며 하나님 앞에 토하려다가 몰아치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거대한 물결

지금 대한민국에는 거대한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의사 면허 박탈”,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 파면요구”,“양부모 중형처벌”, “관련자 강력처벌”, “살인죄 적용(양부)”, “가해자 부부의 신상공개와 살인죄 혐의 적용등의 청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또한 정인이를 향해 무엇인가 해야 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일어나고 있다. 정인이가 화초장 방식으로 안장된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는 유명인을 비롯하여 평범한 국민들이 휴가를 내어 아이들과 함께 다녀가기도 하고 있다. 겨울이라 시든 수국 아래 사진과 묘비 패만 덩그렇게 놓여 있던 정인이 나무 주위에는 마음을 담은 선물들과 애달픈 글들이 덮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관련법을 만든다고 소리치고 있다.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

왜 그들 부부는 그렇게 잔인하게 학대를 하여 정인이를 죽음으로 몰았을까?

지금 나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끊임없는 질문들이 머리를 스친다.

 

오늘 어느 분이 올린 글에 내가 달았던 댓글이다.

타락한 인간의 민낯을 봅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우리 시조 아담의 집에서 형이 동생을 살해한 사건 이후.

얼마나 많은.

얼마나 끔찍한.

교회와 성도 가정의 참된 신앙교육과

학력 위주의 현 교육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인성교육, 전인교육으로의 전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봅니다.

양부모에 대한 거침없는 돌팔매질을 보며

예수님은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합니다.

또한 정말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위탁모들과

아이들을 입양하여 자신들이 낳은 아이들보다 더한 사랑으로 양육하는 입양 부모들에 대한 존중도 표하고 싶습니다.

또한

사회적 이슈와 공분적 사건이 되어 얼마간 다루다가 입양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보다는 한 명이라도 더 입양을 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과 헌신자들이 나와야 한다고 외치는 분의 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정인이가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한 사회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들 집 이야기이기도 하고, 인류의 시조 아담의 집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걸작으로 만들어진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빠져 죄를 범한 후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고, 그 후 그 집에서 태어난 장남 가인이 동생 아벨을 살인한 일이 있었다. 그 후 인류사에 사람이라면 이럴 수 있는가? 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 왔었다. 인간의 깊은 곳에 똬리 틀고 있는 죄성은 언제나 적절한 기회가 되면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양부모의 부모들

이미 알려 진대로, 양부모는 모두 크리스천이다. 그리고 양가 부친들이 모두 목회자이다. 그 부모와 정인이의 양부모를 아는 지인들은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그 부모들도 얼마나 마음이 무너지겠는가? 그래도 내리사랑이라고 자식의 말만 믿고, 그대로 덮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교인을 중심으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작성한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저희가 자식 양육을 잘못한 탓입니다. 자식 사랑한답시고, 변명하였던 것 사죄합니다.”라고 하고 엎드릴 때인 것 같다. 어려운 시기 목회자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까지 가서 고생하며 공부하고 사역하느라 자녀의 신앙교육, 인성교육에 소홀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민적 공분을 헤아리며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 자신들을 돌아보면 좋겠다.

 

양부모

양부는 이미 직장에서 퇴출이 되었다. 양모는 재판을 위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다. 온갖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다. 자신들도 이럴 줄 몰랐을 것이다. 그냥 깊은 생각이나 준비 없이 젊은 자신감으로 첫째 딸의 인성 함양을 위해 순전한 마음으로 입양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기심으로 입양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처음부터 정인이를 죽이기 위해 입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벌어지고, 대처할 능력은 애초 없었고, 자신들의 화를 다스릴 만큼의 인격 수양이 되지 못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어떤 변명도 이유도 통하지 않을 상황이 되었다. 죄를 깊이 뉘우치고, 죗값을 철저히 치르기를 각오하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솔직하게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죗값을 치르는 중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치유 받아 새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돌을 던지는 사람들

돌을 던지기는 쉽다.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동체의 정의를 세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끌려온 여인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돌을 들어 쳐 죽이는 것이 그 공동체의 법이었다. 그런데 굳이 예수님께 그 여인을 끌고 와서 예수님을 시험했다. 예수님은 그들이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하셨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 말씀에 돌을 든 자들이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님과 그 여인만 남았다. 예수님은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하셨다.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며 든 돌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그 열정과 에너지를 선한 열매를 맺는 쪽으로 헌신하면 좋겠다.

 

친모

친모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본인은 알고 있다. 이름까지 지어 주었으니. 키울 형편이 못되어 친모임을 포기했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양부모가 자신들을 대신해 잘 키워 주리라 기대했을 텐데, 이 아픈 소식을 듣고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도 없어 눈두덩이가 붓도록 울고 있을 그 친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위탁모

정인이를 위탁해 키웠던 위탁모의 인터뷰도 보았다. 누구보다 충격이 컸을 것이다. 또한 이 땅의 안타까운 아이들을 품고 있는 많은 위탁모들도 가슴이 멍들어 있을 것이다. 이 귀한 분들의 수고도 알아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입양 부모들

내가 아는 지인들 중에도 입양을 하여 아이들을 정말로 잘 키우는 분들이 있다. 내 동기 중에도 자기의 자녀들이 있는데도 입양하여 잘 키우는 분들이 있다. 나는 딸, 아들이 있음에도 아내에게 몇 번이나 입양을 제안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아이들을 나보다 더 사랑하고, 아이들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내이지만, 아내는 교회의 모든 아이들이 내 아이 같다며 실제로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해 왔다. 하지만 입양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입양 부모들을 참으로 존경한다. 이번에 입양 부모들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거듭 말하고 싶다. “입양 부모님들 여러분들은 참 훌륭한 분들입니다!”

 

행동하는 사람들

정인이의 소식을 접하고 많은 국민들이 행동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족 단위로, 조직을 동원하여 행동하는 분들이 긍정적 결과를 낳는 쪽으로 행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지인이 섬기는 교회의 구제부는 최근 낙태허용 논란을 보고, 미혼모 대책에 대한 논의를 함께해야 한다며 미혼모·미혼남 지원기관에 정기후원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실제적 도움과 변화를 위해 행동함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도 이 글을 쓰기 직전 정인이를 생각하며 전문 NGO 기관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북한 아이를 돕기 위하여 적은 금액을 후원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목회하며 섬기는 교회의 성도들과 함께 고난주간에 자발적으로 금식 끼니를 정하고, 그 금식한 끼니만큼 북한 동포들에게 식사 대접을 한다고 생각하고, 부활주일에 금식헌금을 하여 그날 정리를 하여 그다음 날 북한을 돕는 전문기관에 송금해 오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행동으로 옮긴다면 정인이의 죽음은 헛되고 가슴 아픈 죽음이 아니고 우리 사회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정인아! 미안해!

정인아! 네 죽음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않을게.

정인아! 천국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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