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형사 콜롬보'를 재미있게 보았었다. 순진해 보이는 형사 콜롬보는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작은 단서를 가지고 풀기 힘든 사건을 풀어나간다. 무릎을 치는 기상천외한 해결이 많았다. 형사 콜롬보를 보면서, 작은 단서의 중요성을 마음 속 깊이 새긴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전에 어떤 큰 기업 회장의 초청으로 임원단 예배를 드리러 갔다. 작은 규모의 사람들이 모인 예배로 생각했다. 그런데 수백명이 부부동반으로 모인 식사를 겸한 큰 모임이었다. 예배 이후 조금 의아해서 회장에게 물었다. "저는 임원단 예배라고 해서 남자들만 모인 작은 모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장은 부부동반으로 모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남자는 정장 입고,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으면, 이 사람이 인격자인지, 인격자가 아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부부동반으로 오면 그 아내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있다.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얼굴에 수심이 가득차 있으면 그 남편은 표리 부동한 사람이다. 반면에 예쁘지는 않지만, 얼굴에 평안함과 자신감이 있으면, 그 남편은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일관된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에게 중요한 보직과 재정을 맡긴다. 이런 인사 방식으로 인해서 크게 실수 한 적은 없다."

나는 대가에게는 대가다운 시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가는 작은 단서를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대요. 어디를 가는지, 어디에 갔는지를…" 작은 단서로 전체를 파악한다는 말이다.

성경에 자기 하인의 중풍병 때문에 예수님께 나온 백부장이 있다(마 8장). 백부장은 로마 군인 중의 엘리트이다. 로마는 백부장이 강했기 때문에 든든한 군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논문을 본 적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백부장은 다 성실하고, 강직한 인물로 묘사된다. 자기의 문제 때문에 발버둥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남의 문제를 가지고 애타게 발버둥치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돈을 주고 매매할 수 있는 노예의 병 때문에 발버둥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무시해도 좋을 하인을 사랑하는 백부장의 모습을 통해서 그의 전 인격이 어떠한지를 알게 된다.

천한 것을 이렇게 긍휼히 여기고 품는다면, 긍휼히 여기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은 것, 약한 것, 천한 것을 품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품는다는 의미이다. 가장 천한 것을 품는 것이 그의 그릇 크기였다. 백부장은 하인을 사랑할 정도의 사랑의 넓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사랑하지 않겠는가? 약한 사람을 이렇게 배려하는데, 어떤 사람을 무시하겠는가? 이렇게 작은 일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찌 큰 일에 충성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작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대가의 눈에는 항상 이런 작은 단서가 전체를 파악하는 열쇠로 작용한다. 작은 단서가 전체를 보여준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진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작은 것에서 본질이 드러난다는 것은 작은 것도 속이자는 의미가 아니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진실해야만 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진실하게 사는 사람이 작은 단서로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작은 단서를 통해서 그 사람의 진실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대가이다. 세상에 진실보다 강한 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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