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기호 Au, 원자번호 79, 녹는점 1064℃ 그리고 비중 19.3인 이 물건을 사람들은 "황금"이라 부른다.  19세기 영국의 작가 존 러스킨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모든 재산인, 금이 든 큰 가방을 들고 배에 탔다. 얼마 후 엄청난 폭풍이 몰려오자 선장은 몸을 가볍게 하고 물 속으로 뛰어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오히려 금이 든 가방을 허리에 동여매고 곧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황금은 모든 인류의 동경의 대상이었고 금 없이는 인류의 역사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솔로몬의 영화에서, 이집트 파라오의 부귀에서, 잉카문명의 신비에서, 신라문명의 찬란함에서 황금을 빼놓을 수 없다. 세상에 금만큼 비밀이 많은 것도 없는 것 같다.

황금이 뭐기에

"세상에 모를 것이 처녀의 마음"이라고 하지만 세상에 금만큼 알 수 없는 것도 드물 것이다. 별 쓰임새도 없으면서 영롱한 광채를 지니고 있는 금은 오랜 세월동안 숱한 영혼을 사로잡았다. 금은 고대로부터 부귀의 상징이었고, 최고의 화폐였다. 중세에는 용병들의 충성을 보장하는 한편 전쟁에 패했을 때는 왕의 목숨을 보장해주는 보물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황금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욕망은 갈수록 더할 수밖에 없다.

금은 예로부터 참으로 귀하신 몸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라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또한 하나님이 성물로 택한 것도 금이었다. 성경에 금에 대한 언급이 무려 1004번씩이나 나오고 있다. 이는 성경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다윗의 이름보다 등장횟수가 훨씬 더 많다.

대관절 금이 뭐기에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을까? 우선 금은 서너 가지 성질이 남다르다. 유연하고 변하거나 녹슬지 않는다. 또한 무엇보다 소유하면 할수록 더 놓칠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유연하기로는 금 1온스(28g)로 80Km의 금실을 뽑을 수 있으며, 또 금 1온스를 얇게 펴면 9m제곱의 크기가 될 만큼 유연하다. 녹에 대한 강한 저항력은 4,500년 전 이집트의 미라 속에서 나온 금을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변치 않는 속성 때문에 금은 사랑과 약속의 증표로 사용해왔다.

금이 오래 전부터 귀중 시 되어 온 것은 뭐니뭐니 해도 희귀성 때문이다. 금은 남아공화국에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지만 금은 5대양 6대주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그럼에도 금은 어디서나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1온스를 캐내려면 30톤의 바위를 부수고 50톤의 흙을 파 헤쳐야 한다. 까다롭기 이런 애물이 없다. 이런 별난 성질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금을 얻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조차 "어떤 것도 금처럼 화려한 색깔을 낼 수 없다"며 황금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은 것을 보면 금이야말로 경제의 아버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황금을 찾아 나선 사람들

오래 동안 황금을 찾아 나선 모험가들이 늘 가슴에 품어온 두 곳이 있다. 엘도라도(El Dorado)와 파이치치(Paichichi)이다. 이 두 지역은 모두 안데스산맥 근처 밀림 속에 위치한 것으로 엘도라도는 황금으로 된 도시이고, 파이치치는 막대한 황금이 숨겨져 있다는 곳이다.

16세기 초 스페인을 필두로 유럽나라들이 총동원되다 시피 하여 잉카제국의 영토에 상륙한 이래 500년 동안 이곳을 찾아 헤맸지만 엘도라도와 파이치치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맨 먼저 이곳을 공략한 사람이 콜럼부스다.

콜럼부스(1451-1506)는 세계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항해가로 손꼽힌다. 역사가 하트(Michael Hart)는 "세계 역사전개에 영향을 미친 100인" 가운데 콜럼부스를 9위로 선정했고, 또한 "1,000년, 1,000인"이라는 책에서는 구텐베르크에 이어 2위로 지목했다.

역사의 많은 위인들 가운데서 콜럼부스보다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한편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사건 중 하나를 발견한 사람"으로 높이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는 해적이며, 신세계에 노예제를 도입한 뱃사람"이라고 혹평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인류역사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임에 틀림없다.

콜럼부스가 1492년부터 1502년까지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네 차례에 걸쳐 대서양을 횡단한 것은 막대한 부와 명예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콜럼부스는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에게 "새로운 땅을 발견하면 많은 이익을 분배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황금을 갖는다는 것은 천국행을 도와주는 물건을 지닌 것이다."라고 할 만큼 금에 미쳐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을 보자 스페인의 페르난도 왕은 정복자들에게 "금을 가져와라. 가능하면 인도적으로, 그러나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금을 가져와라"고 주문했다.

금 맛을 본 유럽인은 콜럼부스 이후에 줄곧 미친 듯이 중남미로 향했다. 그 중 정복자며 탐험가인 피사로(Pizarro)는 누구보다 발빠르게 행동했다. 그는 스페인인 200명, 인디언 4,000명과 수많은 짐승과 말을 거느리고 금을 찾아 나섰다. 결국 이 탐험으로 인디언들은 모두 전멸했고, 몇 명의 스페인 군인만이 살아남았다. 금을 얻기 위해 이토록 값비싼 대가를 치렀던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원주민을 잔혹하게 도살했던 정복자 "피사로"는 금을 손에 쥔 것 아니라 오히려 그의 부하들에게 살해당해 그 시체가 자신이 모았던 황금더미 위에 던져지고 말았다.

황금을 드린 사람들

선물의 계절이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빚진 마음을 갚기에 선물보다 더 유용한 것이 없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즐거운 것이 선물이다. 성탄절이 가까워 질 때면 늘 잊지 않고 생각나는 선물 이야기가 있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단편소설이다. "1달러87센트, 그것이 전부였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렇게 시작한다. 선물 살 돈이 없는 아내는 아름다운 머리를 잘라 남편에게 줄 시계 줄을 샀고, 남편은 이를 모르고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 빗을 준비했다는 줄거리다. 엇갈린 선물이 안타깝지만 이 부부는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또 다른 선물 이야기는 어린 아기 예수가 이 세상에 탄생했을 때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드린 동방의 박사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아무도 거들떠보는 이 없을 때,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금을 찾아 헤매고 다닐 때 기꺼이 값비싼 황금을 예수께 받친 존귀한 사람들이다.

"도덕이 빛을 잃었을 때 황금이 빛나기 시작한다"는 옛 속담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 모친 마리아의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 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마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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