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

초등학교에 다닐 즈음에는 타고난 재능이 탁월한 친구들이 매우 부러웠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가장 큰 잔치인 학교 운동회를 하는 날에 달리기를 잘해서 두툼한 공책을 상품으로 받는 친구가 부러웠고, 학예회나 성탄절에 노래를 잘해서 박수받는 친구들이 부러웠으며, 그림을 잘 그리거나 손재주가 좋은 친구들도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런 것은 노력한다고 쉽게 달라지지를 않았기에 내 주제를 파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 앞에 함부로 나서지를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즈음에는 부자들이 부러웠습니다. 공부를 잘해야만 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데 우리 집은 가난했기에 여름, 겨울 방학에는 죽으라고 집안의 농사를 도와야 했고 심지어는 어쩌다 있는 달력에 표시된 빨간색인 공휴일에도 어김없이 일해야만 했기에 공부를 잘하고 싶어도 형편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으며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학원이나 과외를 한 번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부잣집이 마음으로는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할 즈음에는 재능도 돈도 없었기에 내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면 좋은 인맥이라도 있어야 하겠기에 능력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말을 잘하는 유머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노력한다고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 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말을 하면 그렇게나 재미있고 심지어는 아무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로도 사람들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로 웃기는 사람들이 아주 아주 부러웠습니다.

세월이 더 많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머리에 빗질하고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데 거울 안에서 나를 향해서 미소 짓는 한 늙은이를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재능과 물질은 다른 사람을 열등감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어쭙잖은 말재주는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 내지만 진짜 부러운 사람은 사귀면 사귈수록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진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말을 하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가끔은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나를 인정해 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찾고 찾다가 끝내 보이지 않으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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