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교회(예장 고신측)는 설립 70주년을 맞는다. 70주년의 70은 숫자로서의 의미도 적지 않다. 그러나 70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만으로 막연한 감사의 축제를 벌일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두렵고 떨림으로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날들을 회고하고, 현재를 냉철히 반성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고신은 선진들로부터 유형무형의 귀한 유산들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물론 신앙의 선진들이라고 해서 오직 믿음으로 온전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겐 그분들이 믿음으로 살려고 몸부림쳤던 치열함이 너무나 부족하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누구나 자신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70주년을 맞아 고신총회는 코로나 팬데믹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러 가지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올 한 해 동안 꾸준히 이것들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진행하는 고신의 지도자들과 참여하는 모든 고신인들에게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회개 운동부터 시작하자!

지금 한국교회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회개이다. 회개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이 일에 고신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70주년 기념행사의 중심이 회개 운동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촉구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회가 예배도 제대로 드릴 수 없는 상황에 있지만, 이것까지도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징계요 회개를 촉구하는 주님의 강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항상 듣는 말이지만, 교회의 진정한 부흥과 갱신은 회개로부터 시작된다. 회개 없이 부흥 없다. 그래서 무슨 세미나나 지적인 포럼보다 기도회가 앞서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모임에 큰 제한이 있어 안타깝지만, 방역 규칙을 준수하면서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모여 회개하는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총회는 산하 교회들에 회개 운동의 지침을 주어 동시다발적으로 회개 기도회를 갖도록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2~3편의 설교문과 기도제목들을 배부해서 흩어져서도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연중 3회 정도 가질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70년 동안 써먹던 빛바랜 현수막은 걷어치우고...

둘째는 70주년 행사들의 내용이 교파주의적인 관점에서 자화자찬이나 고신인들 자신의 만족으로 끝나는 행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히려 탄식과 아픔이 있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고신인들은 교파 의식이 강하다. 이런 교파의식은 내적 연합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전체로 보면 분리주의적인 경향으로 기울어지질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이런 교파주의적인 경향은 고신교회가 설립된 역사적 배경이 아름답고 이로 인한 자부심의 발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고, 후진들에게는 개혁주의 교회건설이라고 하는 사명감을 일깨우는 데서 비롯된 면도 없질 않다.

그러나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고 본다. 고신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뒷받침해주던 역사적인 사실들의 시효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고신은 교파주의 때문에 스스로 한국교회를 향한 역할이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되고 말았다.

이제는 교파주의를 벗어나 고신을 객관적으로, 더 적극적으로는 스스로 비판적으로 반성할 필요가 아주 절실하다고 본다. 지난 70년 동안 써먹던 빛바랜 현수막들을 걷어치우고 치열한 반성을 해야 한다. 고신이 신앙과 생활의 순결의 모토를 얼마나 실천해 왔는지? “순교신앙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하나님 앞에서라는 슬로건에 부끄럽지 않게 곧 의로움과 진실함으로 살아왔음을 증언해주는 역사적 증거들은 있는지? 고신의 역사에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는 잘못들은 무엇인지? 역사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양적 성장주의 벗어나 복음의 능력으로

셋째는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고신이 이 시대에 감당해야 할 사명과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성취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신의 사명은 분명하다. 그것은 교회의 진정한 부흥과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양적 부흥의 시대는 벌써 끝났다. 특별히 코로나로 인해 한국교회가 잃은 사회적 신뢰 -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 많지만 - 는 거의 치명적인 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때야말로 잠정적인 심판의 때이며 교회가 은같이 금같이 단련될 때라고 생각한다. 알곡과 가라지가 구별될 것이다. 값싼 복음은 퇴출당하고 진정한 복음의 능력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런 시련의 때를 맞으면서 고신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야 한다. 70주년을 맞는 이때가 고신이 스스로를 정비하고 일어날 수 있는 적기다.

지난날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빠져 허우적거리던 양적 성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하는 그리스도의 목회로 돌이켜야 한다. 설립 70주년을 맞아 복음의 능력으로 갱신하고 부흥하는 고신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