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양극화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
- 5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4%에 불과
- 교회도 경제적 여건에 따라 디지털 양극화 현상 보여
- 개인부터 교회까지 전체가 디지털 양극화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1

한 교회에 다니는 C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는라 C를 제대로 돌 볼 사람은 할머니 외는 없다. C학생은 코로나로 인해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 교회 전도사님으로부터 설교가 녹화 된 유튜브 링크를 받았다. 부모님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C학생은 혼자서 예배를 드려야 했다. 할머니는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C 학생을 돌보기 보다는 그 시간에 TV를 시청하셨던 것이다. C학생은 링크를 통해 접속하여 영상을 잠깐 보기는 했지만, 곧 유튜브의 다른 영상을 클릭해서 보게 되었고, 설교 영상은 곧 그의 머리에서 잊혀지게 되었다.

#2

D교회 교인이며 은퇴한지 15년이 넘은 E권사는 비대면 예배가 시작된 이후로 담임목사님의 설교를 단 한번도 들을 수가 없었다. 설교 영상은 실시간으로 온라인 유튜브로 제공된다고 하는데 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한 것이다. 집에는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도 없으며, 휴대폰으로는 전화만 하는 정도이다. 자녀들은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어 코로나로 인해 거의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권사는 어쩔 수 없이 TV를 통해 제공되는 예배실황을 시청하며 예배를 드릴 수 밖에 없었다. 교회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전화만 할 뿐이다.

#3

F전도사는 최근 충격적인 소식을 한 가지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자, 대형교회에서는 많은 자본을 투입하여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최신식의 디지털 기기들을 통한 교회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한 장소에 들어가면 사방에서 제공되는 영상 이미지를 통해 성경에 나오는 물건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학생은 마치 자신이 성경의 한 장면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F전도사가 사역하는 교회는 경제적으로 겨우 자립을 한 정도에 불과해 자신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하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디지털 격차 포스터(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격차 포스터(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위 이야기들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필자가 들은 이야기를 간략한 형태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위의 사례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듯이 코로나 이후로 떠오르고 있는 개념이 있다면 '디지털 양극화(Digital Divide)'이다. 디지털 양극화란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을 통해 많은 유익을 누리는 계층이 있는 반면, 디지털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디지털이 가져다 주는 유익으로부터 소외 된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디지털 소외현장은 청·장년층을 제외한 아동·청소년층과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아동·청소년층의 경우에는 부모들의 경제력의 부족으로 인해 디지털 기기를 구매하지 못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과 디지털 기기가 있더라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를 받지 못한 경우에 발생한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다. 노인들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의 단절이 발생하게 되자, 디지털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익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면으로 진행되었던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매장에서도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그 격차는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9년 기준으로 70세 이상 노년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38.3%, 인터넷 이용률도 38.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진행되어 오던 사회의 디지털화가 코로나로 인해 더욱 앞당겨짐으로 인해 노인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 가운데 놓이게 되었다.

이런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목회데이터 연구소의 위클리 리포트 넘버스 85호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변화된 트렌드는 '집콕' 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제한되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에 응답한 비율은 82%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 또한 집 밖의활동이 집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으로는 'TV보기(71%)'나 '누워있기(61'%)'와 같이 소극적 행동을 제외하고는 '인터넷 정보검색(60%)'이 3위, '영화보기(43%)'가 4위, '음악듣기(38%)'가 5위를 차지하였다. 이외에도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회사 업무를 비롯하여, 운동, 세탁, 미용 등 집에서 활동하는 일들이 많아졌는데, 대부분이 TV나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활동하는 일들이 많아진 것이다. 즉, 대면 활동 및 외부 활동이 줄어든 대신 집 안에서의 활동이 증가하였는데, 디지털 정보의 접근과 소비의 패턴으로 활동이 변화한 것이다.

고령층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사진=목회데이터연구소 넘버스 54)
고령층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사진=목회데이터연구소 넘버스 54)

또한 목회데이터연구소 넘버스 54호에 따르면 고령층(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가정하였을 때, 64%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대 이상은 36%의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상황이며, 모바일 사용 역량 또한 고령층(55세 이상)의 경우 52%의 수준, 70대 이상인 경우는 15%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는 비단 사회 안에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교회에서도 교회의 규모나 경제력에 따라 디지털 양극화의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대도시에 있는 경우 중대형 교회의 경우 다양한 인력과 방송장비를 활용하여 주일에 영상예배를 송출할 수 있는 반면, 시골에 있는 미자립 교회의 경우 인력과 장비, 예산이 제한되어 영상예배는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시 안에서도 경제력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교회의 디지털화에 충분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교회는 교회 교육 컨텐츠 제작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전문적으로 장소를 꾸미지만, 충분한 예산이 없는 경우는 교회 교육 컨텐츠 제작은 고사하고 주일 예배도 겨우 송출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중소형 교회가 줄어들고 교회의 규모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코로나 이후의 디지털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 되며, 이는 한국 교회의 잠재적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디지털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진단해서 양극화의 원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 교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소외를 겪는 당사자들의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노회 차원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노회 내 미자립 교회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형 교회의 경우 공교회적인 정신을 가지고 인력과 장비를 통해 디지털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교회를 섬겨야 한다. 이런 각고의 노력을 거치지 않으면 디지털 양극화는 더욱 커질 것이며, 이는 건강한 중소형 교회들의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결국 한국 교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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